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3>
존재의 이유
힘든 사람한테 '조금만 참자, 이것도 다 지나갈 거야'라고 계속 염불 외는 것이 옳은가? 물론 당장은 그 말을 뱉어야지 싸이코패스도 아니고 '우리는 살아봤자 좆도 더 힘든 일밖에 없을테니 지금 뒤지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일거야', 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잖아. 앵간하면 '지금 잠깐 참으면 좀 더 나은 일이 있을 거'라는 말은 반 정도는 맞다. 적어도 산다는 것의 관성을 유지하면 자살충동이 드는 끔찍한 상태보다 나은 상태로 복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솔직해지자, 인생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뒤지고 싶은 거 좀 넘기고 '아 이제 좀 살만하네' 싶으면 어디서 그렇게 처음 보는 개같은 일이 일어나는지... 세상은 참 위대하고 창조적인 곳이다. 지금 이 더럽고 좆같은 일보다 나쁜 일이, 언젠간 분명히 일어난다. 진짜. 경험담임. 근데 죽는다고? 난 지금 백퍼센트로 진지한데 그건 낭비다 낭비. 우리는 다 비참하고 쓸쓸하게 성장하기 위해 태어났다. 당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아니라) 당신이 쏘시오패스일 확률이 높다. 당신은 태어난 후로 얼마나 많은 타인의 피 땀 눈물을 착취해왔는가? 만약 이런 잡글을 읽기위해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면 적어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아동노동자가 정규교육도 못 받은채 일당 1~2달러 정도를 받고 12시간동안 일한 광장의 코발트로 만들어진 배터리를 쓰고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만약, 그중에서도 아이폰을 쥐고 있다면 중국 노동법을 위반한 초과노동 근로자의 피땀눈물을 쥐고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Thank you, apple and foxconn)
그것뿐만은 아니겠지 육식을 즐긴다면 하루하루 기계식 밀집 사육시설에서 피를 쥐어짜낸 살코기를 섭취하고 있을 것이다. 놀랍지, 당신이 먹고있는 그 고기덩어리는 결코 귀여운 마스코트따위의 얼굴을 하고 죽지 않았다. 숨이 멎어가는 걸 시시각각 그대로 느끼며 눈을 까뒤집으면서, 고통스럽게 죽었을 것이다.
인간이란 건 그런 존재다. 온갖 착취와 궁핍과 가난과 고통위에 기만적인 행복을 느끼는 위선자다. 나도 하나도 안 잘남. 나도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나도 회식 분위기 맞추려고 고기 먹고 나도 그러고나서 위선떤다. 아 근데 진짜 위선 떠는 게 낫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헤헤 거리면서 나는 착해 나는 좋은 사람이야 헤헤 이러는 거보다야. 이건 정말 성장을 위한 답도 없는 상태임. 이건 위대한 소크라테스 선생이 말했다... 그렇지 않나? 무슨 대가리 꽃밭을 가꿨길래 자기는 착하고 따스한 사람이라고 믿고 사는거야. 내가 지금 쿨찐병 걸려서 우리 나쁜 새끼들이니까 아무것도 하지말자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냥 좀 받아들이자. 인간은 원죄 아래 태어났고 (종교적 의미든 아니든) 어떻게든 선조의, 그리고 자신의 업보를 등에 지고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인간이 힘든게 딱히 잘못된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힘든 건 어찌보면 당연한거다. 적어도 지금 이 글을 읽을 정도의 사람들은 중국 공장에서 가스 마셔가며 초과노동은 하지 않을 거잖아요. 걍 최악이라고 해봤자 내일 미세먼지 농도 심하다는데 어떻게 또 비루한 몸뚱이 끌고 버텨볼까 아닐까요. 그러나 이 글은 남도 저렇게 힘드니까 님이 힘든 건 별거 아니다,라는 소리로 끝맺고 싶진 않다. 물론 님의 세상에선 님이 제일 힘들지,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님도 누군가를 '어느 순간에는' 그정도로 힘들게 했을 거라는 겁니다. 이건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 누군가에게 빚지면서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또 다르게 생각하면 님이 조~온나 나빠서 이런 개같은 일이 벌어진 건 또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아니 우리가 어떻게 다 하나하나 신경쓰고 살아, 당장 오늘 본 인형이 너무 귀여워서 샀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동노동법 위반한 혹은 불법 체류자가 최저시급도 못 받고 만든 거라네? 그럼 버려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살고있는 집도 절도 다 버리고 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루소 파이팅! 상태가 되는 거라고. 그건 안 될 거라는 거 다들 알잖아요. (사실 좀 진지하게 더 생각해보면 다들 그렇게 한다는 전제 하에 좀 그러고 싶기도 한데) 어쨌든 안 될 거잖아요. 그럼 우리는 우리가 생활하고 숨쉬는 반경에서 무언가를 더 해내야하지 않나. 빚을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서, 그렇게 살아가야 하지 않나.
님들 나쁜 사람들 아니잖아요. 진짜 나쁜 사람들도 여의도에 자기 자리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얼굴 경련 일으켜가면서 자기 지역구 지하철역안에서 억지 인사하고 있던데 (이것도 경험담인데 너무 뻘쭘했음 후보님들 제발 지하철역 중앙에서 안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자연스럽게 지나가기가 너무 힘들단 말이에요, 물론 님들이 나쁜놈들이라는 건 아니고) 님이 뭘 그렇게 세상 죽을 잘못했길래 그렇게 울상을 하고 쳐져있나요, 참고로 말하면 정준영 승리 등등 똘마니들 다 살아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힘든 건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태어나 지금까지 성장한 자체가 누군가에게 폐를 끼쳤기 때문입니다. 근데 그건 다들 하는 거고 +알파로 님도 생활하며 평균보다, 혹은 세상의 상식 외로 잘못한 게 한 두 가지정도는 있잖아요. 그것때문일거에요. 인간은 다 고통스럽게 살도록 설계됐습니다. 님이 아무리 착해도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어느 순간엔 악을 행한 적이 '분명' 있습니다. 이 더럽게 얽힌 세상에서 행복하기만 해야할 존재는 우리의 반려견밖에 없습니다. 그 친구들은 우리에게 행복만 가져다주거든요. 그런데 님들? 님들, 인간은 오줌구멍과 똥구멍 사이에서 태어나 이 세상에서 온갖 더러운 것을 마주하고 더러운 것을 행하며 살아갑니다. 어떤 인간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다시 말하는데, 그는 진심으로 자신이 행한 악에 어떤 공감능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쏘시오패스입니다. 당신이 고통스러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그것때문에 당신이 죽을 결심을 하는 것은 참으로 어불성설입니다. 우리는 원죄를 용서받기 위해서 살고 또 힘내서 남들에게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이 더러운 세상 조금이나마 정화해야 합니다. (갑자기 분위기 종교타임이네요 할렐루야!) 쉽게 죽지 맙시다. 힘든 일이 마구 닥쳐도 당신보다 나쁜 일을 하고도 버젓이 살아있는 저 천하의 개 잡놈들을 바라봅시다. 그리고 당신이 폐를 끼친 사람들과 동식물, 지구를 생각해봅시다. 당신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갑자기 생각난 건데 진짜 궁금하지 않나요 저 세상의 저편에 외계인이 있을지,
그들도 우리처럼 수라 속에 엉켜 살아가고 있을지,
저는 적어도 제 숨이 닿는 한, 그들을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살아보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 외계인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