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7>
<7> 죽느니 늙자.
최근 인터넷에서 좋은 글귀를 보았다. 여유가 생기면 인생이 심플해진다, 는 문구였는데. 마음에 참 와닿았다.
나는 최근 늙었다가 애같다가 한다. 마음이 덜 자라서 사근사근한 바람에도 쉬이 꺾이고,
꺾인 후에 새 살이 돋을 쯤엔, 비좁은 토양안에서 쉽게 또 길쭉해져 어딘가의 이치에 닿는다.
그러다 또 꺾인다. 휘어지지 못하는 사람은 이렇게도 산다.
애같을 때는 또 한없이 우울해져서 하루종일을 칭얼거린다. 어떻게 나같은 애한테 친구가 남아있나 싶을 정도로.
하루종일을 또 고민한다. 인간관계나 나라는 인간의 의미나 뭐 기타등등 전혀 생의 영위엔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을 고민한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걸쳐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가 늙은 타이밍에 쓴 글들) 인생엔 아무 의미도 없다.
의미라는 것은 지나치게 의존적이라 내가 의미를 두지 않으면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세상에 신이 있다면 불공평할 것이니, 뭐니 말은 많지만 난 신은 우리에게 아무 관심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신은 우리에게 아무 관심도 없다. 뭐 쎄빠지게 노력하면 한번쯤 돌아봐주실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눌러붙어있는데,
볶음밥처럼 맛있지도 않은 나를 누가 손수 이 들끓는 삶이라는 철판에서 떼내어 줄 것인가?
신이?
저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밖에 천지만지인데? 굳이 나를?
그렇다 우리는 자의식 과잉을 버릴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의지를 다질 때는 자의식을 억지로 과잉시킬 필요가 있지만, 그것도 아닌 채로 그니까 아무것도 안 하면서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절대 하면 안 된다. 역효과만 난다.
삶이라는 관성, 적어도 꽤 무거운 영장류로서의 당신의 질량과 중력가속도와 어쩌고를 곱한 힘을 이겨내기 위해서 우리는 가열찬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러다 어느순간에 늙는다.
그리고 알 수 있다. 이게 얼마나 심플한 일인지.
모든 사람에겐 일평생의 한 순간 신이 머무르고 떠난다 한다.
나는 뭐 대단한 변곡점에 신이 머무른다 믿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마모되다 이치에 닿는 순간 신이 머무른다 생각한다.
내 귀에 잠시 머물러서, '이제 평안을 주겠노라'고 말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인생사가 참... 심플하다. 근데 거기까지 도다르는게 너무너무 힘이 든다.
하지만 한 번 도달하면 그냥 다 괜찮아진다. 부끄럽지만 아직 내 인생 최대업적인 수능도 그러했고, 그 외... 다사다난한 일들이 먼 발치에서 봤을 땐 더럽게 복잡해보였지만, 그냥 버티다보면, 그냥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또 심플해진다.
어려운 말을 쉽게 말하는 것이 진정한 실력자라고 많이들 그런다.
나는 아직 주저리주저리 말을 풀어내는 걸 보면 실력자는 아닌가보다.
이것도 어느순간 심플해져서 하이쿠 시인마냥 한 줄에 내 이야기를 담아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선 더럽고 치사해도 목숨 줄 부여잡고 있어야겠지.
그리고 계속 글을 써야지.
나는 특별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를 가리는 내 게으름과 내 교만과 내 부족함을 덜어내기 위해서 부지런히 노력해야지.
전에 말했다. 차라리 키에르케고르처럼 신이 선택한 사람이라고 믿으라고. 그냥 아무나가 아닌 당신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당신이기에, 이런 아무것도 아닌 먼지 속에서 빛날 별이 될 수 있다. 신을 뒤돌아보게 만들자.
내가 여기 있었다고 말해주자.
신이 잊지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