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8>

나라는 건 대체 뭘까? 이 조금의 충격만 줘도 흩어져버리는 유기체 덩어리가 나라는 인간의 본질인가. 나는 이토록 작고 희미한가...
라고 하기에 저는 덩치가 너무 크군요. 제 강아지랑 비교했을 때 그렇죠. 제 강아지는 절대 자살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중에 자살하는 동물이 있다곤 하지만 제 강아지는 우선 제가 절대 못하게 할 거고, 그런 종류의 동물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제 몸을 어찌나 아끼는 지, 같이 침대에서 자다가 몸을 일으키기만 해도 난리법석이 납니다. 무섭다고. 하긴 제 몸뚱이 열배는 되는 영장류가 사지를 휘둘러대는데 안 무서운 것도 만용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강아지는 제 몸을 살뜰히 챙깁니다. 여러여러 사례를 통해 귀납적으로 정의된 과학적 사실입니다. 반박 노.
어쨌든 저는 그런 강아지보다 몸이 커서 이런 쓸데없는 고민도 담아두고 있는 건지.
자꾸 왜 사나 생각이 들어요. 때문에 생에의 의지를 맹목적으로 보여주는 우리 강아지와 내가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봤습니다.
인간과 동물을 구별시키기 위해 참으로 많은 헛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설명하기 되게 어려운 주제임 ㅇㅇ. 막 인간만이 ~한다. 하기엔 꼭 다른 동물이 ~해.
예를 들어 기호를 쓴다? 간단한 기호를 쓰는 동물이 꽤 있습니다. 도구를 쓴다? 이건 완전 불쉿이죠. 까마귀도 도구를 씁니다. 근데 왜 난 저렇게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 나는 왜 인간일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존재자는 모두 베버 센세의 계층이론처럼 스펙트럼을 띠고 있어요.
우리는 딱딱 나누어진 범주에 알맞추어 나를 짓뭉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쩌다보니까 조금의 차이를 두고 서 있는 겁니다.
바로 앞쪽의 존재와 살 부대끼며 사는 거예요.
결론적으로 강아지와 저는 크게 다르지 않죠.
지구에 동거한다는 의미에선 같은 줄이니까, 몇 번 새치기를 하면 만날 법한 그런 거라고.
죽음을 생각하는 저는 또 같이 죽음을 생각하는 다른 동물과 살을 부대끼고 있을 것이고, 우리집 강아지는 그 줄에선 빗겨나가 있겠지.
그러나 내가 이렇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또 나와 엇비슷한 인간의 생각을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누군가 하나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자신을 프레임에 씌우고, 그에 따른 징벌을 죽음으로써 내리며,
아주 희박한 경우의 수에 의해 그것이 칭송받고, 또 문화가 되고, 환경이 된 경우가 아닌가 싶다고요.
인간이나 동물이나 어떤 환경에 적응하는 건 같죠.
근데 인간은 또 주절주절 말이 얼마나 많은지... 언어를 이용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합니다.
굳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둬볼까요.
동물은 (우리가 모를 수도 있지만) 언어 체계는 희박하고, 마더 네이쳐와 자기 개체를 두 축으로 존재한다면,
인간은 언어와, 환경과, 자신을 세 축으로 두고 세계를 구성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것이 곧 의미입니다.
와 이 무슨 문과적 제국주의인가. 하겠지만 사실이 그래요. 의미라는 것은 없고 우리의 말만이 존재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이제부터 고양이를 강아지로 부르자' 하면, 숱한 고양이 우월주의자들이 반발하겠지만, 강제적으로 말을 하게 된다면 어느새 고양이는 강아지가 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세상 사람들이 우리보고 똥양인이라고 계속 말하고 그것이 절대 다수가 된다면, 심지어, 우리 스스로 우리를 똥양인이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똥양인이 됩니다.

르네 마그리트가 이걸 아무리 파이프가 아니라고 주장해봤자...
우리가 다 같이 파이프라고 해버리면 또 파이프로 이해되는 거죠. 파이프가 아니면 뭔데요.
뭐,,,, 극단적 엘리트주의! 가 된다면 어딜 감히 작가님 의견에 토를 다는가... 가 되겠지만.
당신은 전자인가요 후자인가요?
후자라면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어쨌든 위대한 분들은 다 죽으라는 말 안 했으니까 토달지말고 죽지마세요.
우리네 삶도 다 비슷하죠 뭐.
넌 무능하다 소리 자꾸 들으면 워렌 버핏이 와도 떡락할 주식만 고를 것입니다.
버핏님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으시다면 잠시 방한하시길 권고드립니다.
죽어 죽어 이 못난 놈 죽어! <- 극단적으로 들리시나요? 자살하고 싶은 사람은 계속 이 말을 본인에게 하고 있는 겁니다.
이 소리 계속 들으면 내가 죽일 놈이지 뭐~ 되는 게... 바로 말이 의미가 될 때입니다.
인간의 세계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아냐 죽고 싶은 사람일수록 그냥 단순하다고 믿어보세요.
언어와 환경과 개체.
개체와 환경은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과 어쩌고 비용이 들어가는데, 언어는 진짜 가성비 터집니다. 그냥 말을 해보는 거야 의미가 될 때까지.
아니면 최소한 죽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 거죠.
내적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든 틀어막고 백지로 만들어버려요. 태초의 당신처럼 타불라 라사로 돌아가는거야.
그럼 멍청해질 수는 있어도 죽진 않습니다.
나는 진짜 진심인데, 저번에도 말했지만 외계인 있는지 없는지 안 궁금합니까?
그냥 그거 기다리면서 존버하면 가슴 속 한 켠에 설렘도 남기고, 흥분되고 좋잖아요.
내적 커뮤니케이션은 그런 멀고 부질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인싸화법이 원래 그래요. 사실관계 파악보다야 당장의 시시껄렁한 재미에 대해 다루는 거. 제발 본인한텐 인싸가 됩시다. 본인한테도 아싸형 내리면 좀 외롭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