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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고전에서 주목한 미디어 효과와 그 적용

큐키🍪 2022. 1. 15. 18:13

 

 

 

다음 6개의 텍스트는 당대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살피는 데 기념비적 업적을 이루었다. 특히 미디어의 효과를 관찰하는 데 있어 과학적인 분석기법을 통해 밝혀냈다는 점에 주목할만한 성과가 있다.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하게 강력한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실제 현실의 맥락에서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를 탐구하는 점은 현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도 본받아야 할 태도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의 지각변동에 따라 이들이 밝혀낸 미디어 효과는 더 이상 작금의 현실에 완벽하게 부합하진 않는다. 미디어 종류가 다양해지고, 미디어 간 관계가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짐에 따라 현대 미디어 환경은 당대와는 현저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다.

 

핵심어: 미디어 효과, 매스 커뮤니케이션, SNS, 대중

Elihu Katz에 따르면, 모든 커뮤니케이션(혹은 미디어) 연구는 궁극적으로 효과(effect)’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1. 수업시간에 읽은 컬럼비아 학파와 시카고 학파의 저작들은 미디어의 어떤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1) 컬럼비아 학파

(1) Mass communication, popular taste, and organized social action

당시 미국 대중들은 매스 미디어를 원자폭탄에 비유할만큼, 그 가공할만한 위력에 떨고 있었다. 하지만 라자스펠트와 머튼은 이런 두려움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미디어의 효과를 알아보는 데는 과학적연구가 수반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그들은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한다. 매스 미디어의 실제 영향력을 규명하는 데서 라자스펠트와 머튼이 생각하는 매스 미디어의 효과가 나타난다. 먼저, 지위를 수여하는 기능이 있다. 매스 미디어가 출연시킨 사람들은 그 출연 자체만으로도 유효한 의미를 지닌다. 그들이 지명한 사람과 사건은 대중에게 하여금 그 자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다. 대중들은 유명하기 때문에미디어에 출연한 사람들을 다시 유명하게 만드는 정당성 부여의 순환고리 속에서 비논리적으로 수여된 중요성을 수용하게 된다. 다음으로, 사회적 규범의 재확인이다. 매스미디어가 문제를 공론화를 시키며 사적 관용과 사회적 인정 사이에서 이 문제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긴장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때,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관심은 사회 구성원으로 하여금 사회에 순응하는 단일한 도덕성을 택하도록 유도시킨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사회적 인정으로부터 떨어진 편차를 계속 노출시키면서 대중에게 규범을 재확인시킨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면효과(narcotizing)가 있다.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제공받으나, 이는 대중으로 하여금 정보를 인지하게 만드는 데 그칠 뿐 실제 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많이 알고 있다는 감각이 실천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효과가 나타난다.

 

라자스펠트와 머튼의 논의에서 미디어는 이처럼 현재의 체제 유지에 기여하는 효과를 산출한다. 굳이 대대적인 선전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상업적인 광고 역시 순응하는 시청자를 주조하는데, 잠재적 고객층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중요한 질문을 배제한 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의 이러한 세 가지 효과는 사회, 경제적 구조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라자스펠트와 머튼은 미디어의 독점적인, 강력한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다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안티테제, 반대 프로파간다가 없을 경우, 기존에 존재하는 태도, 행동에 노선을 제공하는 경우(canalization), 대면 상황이 동반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은 모두 만족시키기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저자들은 미디어의 독점적인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정리하자면, 라자스펠트와 머튼의 연구에서 미디어는 제한적으로’, 지위를 수여하는 효과, 사회적 규범을 재확인하는 효과, 최면 효과를 배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 Personal influence: The part played by people in the flow of mass communications - Between media and mass

라자스펠트와 카츠의 텍스트는 Mass communication, popular taste, and organizedsocial action와 비슷하게 당시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보는 일련의 왜곡된 시각에 대해 다뤘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도구, 혹은 악의 세력으로 매스 미디어를 정의하는 것은 안이한 이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 커뮤니케이션 학문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미디어 효과를 밝히는 데 있다는 주장이 등장한다. 이 텍스트는 그중에서도 특히 매스 미디어 캠페인이 수용자의 의견 및 태도에 미치는 영향과 이 매커니즘이 일어나는 조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 라자스펠트와 카츠의 논의를 정리하자면 매스 미디어가 가하는 자극과 수용자의 반응 사이에 일련의 중개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원자화해 분석했다면, 라자스펠트와 카츠는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미디어 효과를 연구했다는 차별점이 있다. 라자스펠트와 카츠가 밝혀낸 중개과정에는 노출, 미디어의 종류, 내용, 선유경향, 대인관계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이들은 매스 미디어 캠페인이 사람들의 의견과 태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스 미디어 연구의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Katz, E., & Lazarsfeld, P. F.,1955; 백영민, 김현석 () 2020, 67) 따라서 이들이 주목한 미디어 효과는 일정 조건에서 사람들의 의견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중개변수들의 매커니즘을 분석하자면 먼저, 타겟 수용자에게 노출이 잘 될수록 효과는 증진된다. 또한 서로 다른 미디어가 독립변수가 되어 종속변수인 효과를 다르게 낼 수도 있으며, 심리적인 중개과정에서 내용이 변화할 때 효과는 그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저자들은 수용자가 미리 가지고 있는 선제적인 태도가 메시지 자극을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위 네 가지 변수와 더불어, 라자스펠트와 카츠가 강조하는 변수는 대인관계. 이들에 따르면 대인관계는 위 변수들의 관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연결변수다. 미디어 효과는 수용자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대인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라자스펠트와 카츠는 미디어 효과를 설명하는 데 있어 중개변수의 역할을 크게 고려했다. 이들이 중개변수를 상세히 묘사하면서 밝힌 현실적인 미디어 효과는 결코 단선적으로 강력한 효과를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위 다섯 가지 변수에 영향을 받는 종속적인 면모가 있다. 이 연구를 통해 라자스펠트와 카츠는 커뮤니케이션 효과 연구의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선 중개변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을 드러낸다. 이들이 주목한 미디어 효과는 특히 유아들의 콘텐츠 활용 분야, 클래식 음악 청취자들의 취향이라는 사적 영역부터 나치 프로파간다, 연합군의 선전활동 등 몹시 공적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인관계에 좌우되는 성질의 것이다.

 

(3) Diffusion of innovation

 로저스는 개혁의 확산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개혁, 커뮤니케이션 채널, 시간, 사회 체제를 든다. 이때 로저스가 파악한 미디어의 효과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언급한 부분이다.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수단으로서, 해당 문서에선 매스 미디어 채널대인채널로 등장한다. 매스 미디어 채널은 라디오, 텔레비전, 신문 등과 같은 대중 전달 매체와 동의어로 사용된다. 그는 매스 미디어 채널은 잠재적 채택자인 수용자에게 개혁의 존재를 알리는--즉 인지-지식을 만들어내는--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단이다.’라고 정의한다.(Rogers. E.M, 2003;강내원, 박현구 (), 2005, 19) 여기서 로저스는 매스 미디어의 효과를 수용자에게 인지시키는것으로 해석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반면 대인채널은 이보다 더 심화된 기능을 지닌다. 로저스에 따르면 대인채널의 효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시키고, 타인을 설득하는 데(Rogers. E.M, 2003;강내원, 박현구 (), 2005, 19)’ 특화되어 있다. 따라서 개혁의 확산을 다루는 데 있어, 매스 미디어 채널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개념은 아니다. 매스 미디어 채널은 단지 개혁의 존재를 인지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수용자의 실질적인 태도 및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설득은 대인 채널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로저스의 연구는 개혁확산에 관여하는 미디어의 효과를 설명했다. 크게 매스 미디어와 대인채널로 나뉘는 해당 텍스트는 설득이 대인관계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매스 미디어보다 대인채널에 힘을 싣고 있음이 드러난다. 대인 관계망에서의 미디어는 역할 모델로서 기능하며 특히 동질적일수록 보다 확산에 효과적이다. 정리하자면, 본 연구에서 주목한 미디어의 효과는 개혁의 확산과 관련이 있다. 크게 매스미디어와 대인관계로 나뉘는 미디어는 각기 다른 과정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매스미디어의 경우 개혁의 존재 자체를 인식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대인관계는 더 나아가 실제로 수용자들이 개혁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로저스의 연구는 개혁이 어떻게 확산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며 각기 다른 사례를 제시하는데, 여기서 미디어의 효과는, 해당 개혁 정보에 대해 특정 채널의 형태로 인지시키고, 설득시키는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시카고 학파

(1) Consensus and mass communication

워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로 복잡화된 시대상을 반영해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지는 합의 과정에 주목했다. 특히 그는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적 기능에 집중해 인간의 활용이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당위를 결정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는 합의가 사회학의 중심문제와 현대사회의 문제에 접근법을 제공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중 사회에 초점을 맞춰 인간 집단 속에서 벌어지는 합의의 본질을 연구하고자 한다. 워스는 본격적인 합의 매커니즘 탐구에 앞서 대중이라는 단어를 정의한다. 대중사회는 구성원의 태도, 정서, 의견등을 공유해 통합의 정도가 왕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대중은 이 사회 안에서 엄청난 수의, 서로 이질적인 구성원을 내포하는 개념이다. 이 구성원들은 익명으로, 동일한 콘텐츠를 보고 있더라도 서로 누구인지 분별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 또한 대중이라는 정체성을 인지하나 조직을 자발적으로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대중은 또한, 서로 접촉하는 개인들이 이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분리된 전체로서 존재하는 개념이다.

 

워스는 특히 매스미디어가 이런 느슨한 대중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대중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이룩하는 합의, 여론은 어떠한 정치체제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심지어 독재체제에서도 인권 개념의 도입으로 공포 통치가 도전받고 있으며, 때문에 무제한적인 권력 행사는 여론의 존재로 인해 제지되곤 했다. 또한 위대한 개인의 존재로 합의를 이룩하는 정체라 할지라도, 그 상징을 위한 프로파간다나 교육은 조직의 응집력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 따라서 모든 정체는 합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매스미디어의 도구적 기능을 사용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거대 기업들이 참여하는 매스미디어의 역할을 설명한다. 거대 기업들은 자본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매스미디어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중의 관심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매스미디어는 콘텐츠 감소를 겪고, 주제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성을 띠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매스미디어는 결과적으로 사회 주류를 형성하며, 의제 설정에서 배제된 무지의 영역을 남기기에 이른다. 워스는 매스미디어가 기득권을 무너뜨릴 수도, 혹은 보호할 수도 있다는 양가적인 효과를 지닌다는 점에 주목한다. 경험적인 관찰에서 워스는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평등 이념이 전파되고,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논쟁에 끌어들였다고 평가한다. 갈등이 있을 경우 내부적으로 더 큰 조직의 의견으로 합치되는 경향이 있는데,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합의의 작동방식이 변화했고 워스는 국제관계 영역에서의 이런 합의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리하자면 워스의 논의를 통해 매스미디어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나, 인간이 활용하는 바에 따라 합의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본 연구에서 매스미디어의 효과는 특히 느슨한 대중사이 합의가 이루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 The unique perspective of television and its effect: A pilot study

랭앤랭의 연구에서 등장하는 미디어 효과는 산사태효과(Landslide effect)’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연구는 맥아서 데이를 경험하는 방식을 텔레비전 시청과 실제 참여 두 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차이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인 연구가 내용을 보고 효과를 추론했다면, 랭앤랭은 실제 현장과 미디어 효과를 비교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맥아서 데이를 관찰하는 데 있어 랭앤랭은 심리학적 구조를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이미 맥아서에 대한 일련의 인식, ‘언론에서 부당하게 탄압받았다’, 혹은 강제 해고를 당한 억울한 사람이다등이 마련되어 있었고, 이는 실제 맥아서 데이 행사의 진행, TV에서 매개되는 방식, 실제 참여자들의 기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랭앤랭이 주목한 미디어 효과는 이런 현실적인 맥락 속에서 등장한다. TV는 오히려 수용층의 선유경향, 특정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실제 참여자들은 관찰 결과, ‘맥아서와 정체성을 같이하는 격렬한 지지자라기보단 흥미로운 사건을 실제로 보기 위해 모인 군집에 불과했다면, TV 시청층은 TV 중계 시 추가되는 아나운서들의 멘트나 카메라 워킹 등에 의해 재구성되는 인위적 연출을 보게 된다. 실제 현장은 지루한 분위기가 이어진 반면, TV는 기대되었던 흥분을 시청자에게 매개하고자 했고 이는 여러 기술로 현실화되었다. 클로즈업을 통해 중요한 장면들, 즉 맥아서 장군과 그 가족들을 계속 앞에 배치하고 열정적인 관중들을 배경으로 삼아 극적인 효과를 주는가 하면, 열정적인 관중들을 또 인터뷰이로 삼아 실제 현장의 분위기를 왜곡하기도 했다. 아나운서들은 상황에 적절한 추임새로 맥아서와 시청자의 개인적인 관계를 허구적으로 부여했다. TV 시청자들은 결과적으로 실제와는 거리가 있는 엄숙한 행사를 보게되는데, 실제 참여자 역시 그런 행사를 겪고 있다고 착각하기까지 한다.

 

랭앤랭은 TV 행사 중계를 관찰하며 카메라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그들이 주목한 미디어 효과는 인위적으로 구성되는 화면과 진행을 통해 사실을 왜곡시키는 데서 비롯한다. TV는 시청자들의 특정한 기대를 반영해 내용을 전파하면서 특정 기대를 현실로 재현해 산사태효과(Landslide effect)’를 낸다. TV는 실제 군중과 시청자 간의 관계가 아닌 화면을 통해 허구적으로 구성된 비인격적관계를 사용하며 공공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압도적인 효과를 낳곤 한다.

 

(3) Mass communication and para-social interaction: Observations on intimacy at a distance

호튼과 워는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Personality program)을 소재로 청중 접근 전략을 연구했다. 그들이 주목한 미디어 효과는 청중들에게 허구적인 친밀함을 제공하는 데 있다. 매스 미디어는 시청자에게 마치 출연진과 대면관계를 맺는 것 같은 착각을 선사한다. 즉 이 텍스트에서 다루는 미디어 효과는 청중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것이다. 청중이 출연자에게 반응을 하는 것까지를 포함한 준사회적교류(para-social interaction)는 이 관계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준사회적교류에서 청중에게 가해지는 책무는 없다. 그러나 이 준사회적교류에 참여했을 시에는 착각에 기반을 둔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청중은 라디오나 TV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이고 상호적으로 출연진과 만나게 되는데, 페르소나로 불리는 이 출연진은 존재 자체로 연구 당시의 새로운 쇼비즈니스가 되었다. 미디어는 페르소나를 한 사회의 전형적인 인물상으로 보이게끔 연출한다. 이는 청중과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기법으로, 출연진은 청중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사람으로 그려짐으로써 거짓된 친밀감을 제공한다. 미디어를 통한 지속적인 만남과 신뢰할 수 있는 페르소나 개인의 외모는 청중의 일상생활에 스며들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프로그램은 의도적으로 비공식적 대면 상황에서 나타나는 대화 스타일을 복제하거나, 청중들에게 말 건네기 방식을 통해 친근감을 형성하는 등 청중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연출 방식을 이용한다. 이로써 청중들은 프로그램 전반에 반응하는 등 일종의 협동을 기대받으며, 그 스스로는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청중의 참여를 끌어 올리며 페르소나와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전략은 미디어의 비인격성을 지운다. 흔히 진정성이라고 불리는 쇼비즈니스의 캐치프레이즈는 사실 미디어 산업의 홍보에 불과하나, 깊이 몰입된 청중은 이에 충성심을 느낀다. 미디어는 스튜디오 관객을 동원해 기대하는 반응을 보여주고, 실제 청중들은 이를 반영해 그 기대를 충족시키곤 한다. 출연진은 이 과정 속에서 친밀감과 동시에 이상적인인물로서 활약한다. 이는 준사회적교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과 관련된다. 청중은 실제로 수행할 수 없었던 역할을 출연진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이에 따라 미디어는 출연진을 이용해 사회의 규범을 가르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혹은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중들에게 애착 대상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외로운 갈, 낸시 벅으로 대표되는 애착 대상은 대중문화의 표준화된 특성과 성적 암시를 내포한다. 출연진들은 외로운 이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며 보상 애착심리를 충족시킨다. 호튼과 워는 친밀함과 이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점을 밝히며, 출연진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방식에 대해 다룬다. 적당히 수용될 수 있는 선에서 사생활을 노출하거나, 아예 영웅적인 모습으로 관심을 끌거나, 혹은 준사회적교류를 강조하며 대개 청중을 현실로 복귀시키는 정도가 노출 방식에 해당한다. 호튼과 워가 주목한 미디어 효과는 청중과 출연진 사이의 교류를 위해 프로그램이 특정 반응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대중들은 미디어를 통해 청중으로 전환되고, 이 청중은 매개된 프로그램을 통해 페르소나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페르소나와의 동질감을 느끼는 청중들은 적극적으로 미디어가 배양한 사회 규범을 모방하는 등의 적극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2. 1940-1960 년대에 쓰여진 이들 고전 텍스트에서 제시하고 있는 미디어 효과에 관한 논의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효한가, 아니면 더는 적용 가능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1) 컬럼비아 학파

(1) Mass communication, popular taste, and organized social action

라자스펠트와 머튼의 텍스트는 미디어를 새로운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관찰했다. 미디어 효과를 기능적인 측면과 조건이라는 측면을 적용해 다각적으로 살피는 연구 방법은 현대 사회과학자들이 본받을 수 있는 태도다. 따라서 이들의 미디어 효과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기 위해선 위 두 가지 요소로 세분화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라자스펠트와 머튼은 기능이라는 면에서는 먼저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 강력한 효과가 벌어지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하다는 단서 조항을 걸었기 때문에 이를 현대의 미디어 환경에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지위를 수여하는 기능에 있어서, 현대의 미디어는 이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이 사람 뭐로 유명한거야?’라는 질문은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지의 인플루언서에게 쉴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 중 하나다. 이 인플루언서들은 플랫폼 알고리즘, 혹은 SNS 유저들의 자발적인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운 좋게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인기를 얻게 되면 알고리즘이 자체적으로 또 그들을 플랫폼 전면에 배치시키며 이들을 더 주목받게 만든다. 하지만 이는 라자스펠트와 머튼의 텍스트에서 논의된 미디어가 지정하는인물들과는 궤가 다르다. 물론 현대의 미디어에서도 해당 텍스트와 합치되는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뉴스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출연 자체를 하나의 스펙으로 사용해 또 다른 프로그램에 진출하며 대중들에게 전문성 있는 모습을 각인시킨다.

 

문제는 인플루언서와 패널 모두 반대 프로파간다를 마주한다는 점에서 그 강력한 힘을 쉽게 상실한다는 것이다. 현대 미디어는 채널 다양화에 따라 각기 다른 콘텐츠들이 난립한다. 이 속에서 콘텐츠나 출연진은 반대 프로파간다를 만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없다. , 라자스펠트와 머튼의 주장대로 미디어의 기능 자체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제한 조건에 의해 힘을 상실한다. 지위 수여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규범을 재확인시키는 효과 역시 다른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의견이 기존 규범에 반발할 수 있고, 최면 효과 역시 실제 행동을 촉구하는 미디어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 효과 자체는 텍스트에서 그려진 방식과 사뭇 다른 형식으로 변모했으나, 이를 둘러싼 논의 전반을 봤을 땐 라자스펠트와 머튼의 제한 조건 중 특히 안티테제의 존재가 현대사회에서 보다 강력한 힘을 얻어 미디어의 독점적 효과를 제지한다는 맥락은 여전히 유효하다.

 

(2) Personal influence: The part played by people in the flow of mass communications - Between media and mass

해당 텍스트에서 주목한 대인관계라는 중개변수는 현대에 이르러 SNS 미디어로 대체되었다. 따라서 라자스펠트와 카츠가 사용한 대인관계라는 개념은 해체되어야 한다. 미디어 콘텐츠 수용에 있어 대인관계라는 개념은 실제 주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가치가 있으나, 텍스트에서 등장한 엄밀한 의미를 따졌을 때 대면적이라는 특징은 소거될 필요가 있다. 오피니언 리더가 미디어에서 본 내용을 대면 상황에서 다른 주변인에게 전파하는 일련의 과정은 SNS 플랫폼으로 이동해, 보다 단순한 절차의 모방이 일어나고 있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제 SNS라는 미디어를 통해 본인의 취향과 선별한 정보를 제공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에서 볼 수 있는 태그 기능은 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는 기술이다. 오피니언 리더가 태그를 달아 팔로워에게 보여주면 팔로워들은 이를 누르기만 하여더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오피니언 리더들뿐만 아니라 주변인 중 누군가가 효용 있는 정보를 올려도 마찬가지다. 사적영역에서 콘텐츠의 전파는 대면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SNS를 통해 보다 개방된, 보다 효율적인 정보 공유가 나타난다. 태그를 통해 연결된 창은 또 다른 SNS 유저들의 후기를 보여줌으로써 생생한 체험담을 전해주곤 한다. 이는 대면 상황에서 나타나는 정보 전달보다 양이 많고, 개중에 해당 분야 옷 혹은 음식 등에 대한 인플루언서가 제공한 정보라면 전문성이 보장된다는 믿음에 의해 신뢰를 받곤 한다.

 

이와 같은 SNS 마케팅은 실제 인간을 통해 중개된다는 점에서 라자스펠트와 카츠의 대인관계 변수와 공통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라자스펠트와 카츠의 텍스트에서 등장한 사례들과 같이 현실의 대면 만남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SNS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훨씬 더 많은 정보를 훨씬 더 간편하게 얻게 되자 대중은 이 채널에 보다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게 되었다. 소위 입소문이라고 말하는 바이럴 마케팅은 한정적인 실제 인맥이 아니라 보다 확장된 SNS 흐름을 타고 이어진다. 공적인 영역도 마찬가지다. 실제 대면 만남에선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커뮤니티와 같이 익명이 보장되는 사이트에선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고, 실제 생활에서 정보를 얻기 쉽지 않은 정치 분야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커뮤니티에서 접한 개인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곤 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정치 지형을 보여주고,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 결정되는 데는 대면을 통한 관계가 아닌 커뮤니티를 통한 관계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2021 보궐선거에서도 언론들은 앞다퉈 20대 남성들의 커뮤니티를 증거로 반문 현상을 되짚었다. 최영권(2021)의 기사는 40대 이상의 친문 커뮤니티와 2030의 반문 커뮤니티 반응을 비교하며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정치 흐름을 전형적으로 묘사하는 사례다.

 

(3) 「Diffusion of innovation

먼저 이 텍스트에 등장하는, 미디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효과는 사회변화, 개혁이다. 로저스는 개혁의 확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연구했는데, 개혁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서 미디어는 현대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로저스와 마찬가지로 매스미디어와 대인채널을 나누어 설명하자면, 매스미디어의 경우 인구 증가와 사회 복잡화로 인해 만인에게 도달할 수 없는 한계에 맞닥뜨렸다. 단지 인지를 시키는 데에도 해당 채널을 선택하지 않은 수용층에겐 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관련 질병관리청의 속보는 거의 매일 TV 공중파 채널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TV라는 미디어를 선택하지 않은 수용자들은 이러한 전문적인 정보를 놓칠 수밖에 없다. 실시간 TV 시청연령층이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과(방송기반국, 2018, 12), 방역당국이 젊은층의 방심이 코로나19 방역의 최대 걸림돌로 꼽은 상황(이민윤, 2020)이 동시에 벌어진 것은 상호 간의 사뭇 높은 상관관계를 잠작케 한다. , 젊은 층에게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이 다른 세대에 비해 낮게 다가왔는데, TV 미디어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이끌어주기 위한 적절한 소통통로가 되지 못했다.

 

현대 매스미디어는 개혁을 인지시키는 데 온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인지시키는효과는 기존의 미디어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로를 통해 이뤄지곤 한다. 방역당국은 유튜브, SNS 카드뉴스 등을 통해 젊은 층에게 접근했고,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하는 덕분에 챌린지는 유명인사를 중심으로 높은 파급력을 낳았다. 즉 텍스트에 등장하는 인지시키는효과가 매스미디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인관계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동질적인 사람들의 관계에서 제공받은 정보가 보다 설득력이 높다는 매커니즘 자체는 변화하지 않았지만, 전혀 수용자와 동질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인플루언서들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정보를 SNS에서 보고 수용하는 일종의 대체재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로저스의 논의와 구분된다.

 

2) 시카고 학파

(1) Consensus and mass communication

해당 텍스트에서 등장하는 미디어는 수용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그 효과가 있다. 이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합의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워스의 논의는 타 텍스트에 비해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현대사회에서도 미디어를 활용한 여론 형성이 시시각각 이루어지는 만큼 워스의 주장을 적용할 여지가 크다. 하지만 기업들이 매스미디어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중의 관심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거나, 평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동력을 매스미디어로 국한하는 순간 워스의 주장은 설득력을 크게 상실한다. 왜냐하면 현대의 매스미디어는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데,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이자 기득권인 자본권력에 대항하는 여론은 매스미디어가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도사리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자본권력을 행사하는 삼성오너가()는 중앙일보와 CJ 그룹으로 나뉘어 미디어 산업에 진출, 막강한 미디어 권력을 쥐게 되었다.(김춘효, 2018) 이들이 운영하는 미디어에서는 정부를 겨냥한 비판 콘텐츠는 생산하더라도 이들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삼성의 비리에 대해선 다루기 어렵다. 실제로 위험을 무릅쓰고 JTBC태블릿 PC 보도로 삼성과 청와대 간의 비리를 폭로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초를 겪자, 삼성그룹은 중앙일보와 JTBC에 대한 광고 집행을 대폭 축소했다.(리차드 윤, 2018) 매스미디어의 거대한 규모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고, 때문에 비용을 대주는 모체를 공격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JTBC의 사례는 몹시 희귀한 것으로 중앙일보만 하더라도 여전히 재벌 일가를 비호하는 기사를 게재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매스미디어를 운영하는 기업이 대중의 취향과 선호에 맞춰 콘텐츠를 운영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옳으나, 그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선에서만 콘텐츠가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형성한 사회 주류는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완전히 반영할 수 없는 비대칭적 구조를 띤다. 하지만 이 한계를 보완하는 외국계 SNS가 존재한다. 또한 이들 역시 다른 SNS에 의해 비판의 대상이 된다. 미디어 다양성은 무수히 많은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대중에게 취사선택의 기회를 더 많이 안겨주었고, 이는 합의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노이즈를 비례적으로 많이 만들었으나 비판의 대상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대중을 구성하는 개인들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 각기 다른 미디어를 선택하는 데 있어 자유롭고, 이는 곧 경쟁적인 미디어들이 상대 미디어를 공격하는 기회를 열어주는 단서가 된다. 현대사회에서 정당한 합의는 매스미디어가 아닌, 미디어 간의 경쟁을 통해 정보망이 더 촘촘한 구조로 확장되는 데서 비롯한다.

 

(2) The unique perspective of television and its effect: A pilot study

랭앤랭이 밝힌 TV특정 기대 반영 및 확증은 현대 TV 예능 프로그램에 적확한 설명을 내놓는다. 더 이상 대중은 예능을 통해 새로운 정보나 유머를 기대하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은 한차례 유행이 지난 인터넷 밈을 사용하여 1시간 남짓의 시간을 꾸민다. 혹은 팬들 사이에 이미 이미지가 굳어진 스타를 섭외해 그의 매력을 재확인 시켜주는 식으로 방송을 연출한다. 인터넷 사이트 캐릿은 1020 세대가 생각하는 트렌드 흐름을 도표로 정리한 바 있다. 이 도표와 첨부된 인터뷰에 따르면 젊은 층은 TV에 등장하는 순간 그 트렌드는 한물 간 것으로 인식한다고 한다.(서재경, 2020) 트렌드 상류에 해당하는 커뮤니티와 SNS에서 이미 한 차례 이상 유행한 정보를 TV가 받아들인다고 인식한다는 말인데, 실제로 마이리틀텔레비전’, ‘나혼자산다TV 예능이 자막과 CG를 통해 인터넷 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1020의 판단은 상당 부분 옳다. 따라서 TV 예능은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유머 코드를 별다른 변주 없이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랭앤랭의 산사태효과와는 사뭇 다른 점이 등장하는데, TV가 이미 트렌드가 지난 유머를 사용함으로써 시청층의 기대를 반영하더라도 공중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압도적인 효과를 낳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이 사회에 만연한 유머 코드를 답습하면 해당 밈에 종식이 선언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비단 신선함이 핵심인 유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TV 예능이 대중의 기대를 반영해 유명인을 등장시킨다 할지라도 이는 그의 팬층에 대해선 막강한 효과를 낳을 뿐, 일반 대중들에게 만연하게 퍼진 그의 이미지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진 않는다. 오히려 의외의 모습이 방영되었을 때 해당 방송은 더 큰 파급력을 갖는다. 따라서 TV에서 방영하는 장르 중 예능은 랭앤랭이 말한 산사태 효과와는 궤가 맞지 않는다. 예능이 대중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은 맞으나, 그 이후 결과가 산사태와 같은무시무시한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예능을 넘어, 전 장르를 보더라도 TV는 더 이상 독자적으로 산사태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는 없다. 오히려 다른 미디어와 결부되어 총체적인 덩어리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 공중파 채널이 유튜브를 따로 운영하거나, 신문사가 인터넷 포탈과 편집권을 두고 경쟁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미디어 사이에서 벌어지는 작용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3) Mass communication and para-social interaction: Observations on intimacy at a distance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청중에게 허구적인 친밀감을 선사한다는 텍스트의 주장은 현대에 들어와 출연진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힌다. 호튼과 워에 따르면 청중은 라디오나 TV를 통해 출연진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는데, 현대의 미디어 범람은 출연진의 페르소나로서의 지속성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여전히 미디어는 텍스트에 등장한 바대로 사회 규범에 맞는, 이상적인 혹은 성적 암시까지 담은 캐릭터를 출연진에게 부여하고, 이에 따라 청중들은 각자의 기대에 맞는 이상적 인물상을 자신의 스타로 삼는다. 차이점이 있다면 청중의 취향이 다양해짐에 따라 이 캐릭터의 종류도 분화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는 이 캐릭터, 페르소나의 형성 과정이 아닌 형성 이후 유지 과정에서 불거진다. 호튼과 워는 청중이 프로그램에 반응하는 것을 준사회적교류에 포함시켰는데, 현대 미디어는 이 청중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화했다. , 준사회적교류의 형태가 변형된 것이다. 당시엔 출연진과 프로그램이 정보를 제공하고, 청중은 이 정보를 수용하고 반응하는데 그쳤다면 현대엔 오히려 청중이 더 많은 미디어를 사용해 출연진과 프로그램에 자신의 주장을 반영할 기회가 늘어났다. 시청자 게시판이나, 출연진에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SNS 채널도 활성화 되어있는 상태다. 따라서 현대의 청중은 페르소나를 붕괴시킬 위치까지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학교폭력 논란으로 벌어진 연예계의 지각변동은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예다. 학교폭력 논란 역시 자체적으로 미디어를 사용한 개인이 출연진의 허구적 이미지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큰 맥락에서 미디어가 청중으로 하여금 프로그램 및 출연진에 반응하게 만드는 효과는 유효하다. 청중들의 적극적인 개입 역시 반응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친밀감으로 제한할 때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현대에 이르러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추가해야 한다. 허구적인 일련의 감각은 다양한 미디어를 소비하는, 계몽된 대중에 의해 언제든 파괴될 수 있다. 대중은 서로 미디어를 통해 출연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그의 이미지를 검증하고, 현실과 다른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호튼과 워의 시대, 출연진의 보호막이 되었던 TV 브라운관은 현대에 이르러 매우 취약해졌다. 청중은 이 얇은 막을 통과해 출연진의 현실 모습을 꺼낼 수 있다. 적당히 수용될 수 있는 사생활을 공개하는 권한은 더 이상 출연진과 프로그램에만 달려있지 않다.


참고문헌

 

해외문헌

Horton, D., & Wohl, R. (1956). Mass communication and para-social interaction:

Observations on intimacy at a distance. Psychiatry, 19(3), 215-229.

Katz, E., & Lazarsfeld, P. F. (2006). Personal influence: The part played by people in the flow of mass communications. New Brunswick, NJ: Transaction Publishers (Original work published 1955).

Lang, K. & Lang. G.E. (1953). The unique perspective of television and its effect: A pilot study.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18(1), 3-12.

Lazarsfeld, P.F. & Merton, R. K. (1948). Mass communication, popular taste, and

organized social action. In L. Bryson (Ed.), The communication of ideas (pp. 95-118).

New Hope: Harper.

Rogers, E. M. (2003). Diffusion of innovations (5th ed.). New York, NY: Free Press.

Wirth, L. (1948). Consensus and mass communication.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13(1), 1-15.

 

국내문헌

 

강내원, 박현구 () (2005).개혁의 확산.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백영민, 김현석 () (2020). 퍼스널 인플루언스: 매스 커뮤니케이션 흐름에서 인간의 역할. 서울: 한나래.

 

신문기사

 

리차드 윤(2018), ‘이재용과 홍석현의 끝나지 않은 싸움’, 선데이저널,

https://sundayjournalusa.com/2018/09/27/%EC%9D%B4%EC%9E%AC%EC%9A%A9%EA%B3%BC-%ED%99%8D%EC%84%9D%ED%98%84%EC%9D%98-%EB%81%9D%EB%82%98%EC%A7%80-%EC%95%8A%EC%9D%80-%EC%8B%B8%EC%9B%80/, 2018.09.27.

이민윤(2020), '젊은층 코로나19 방역 불감증' 방역 최대 걸림돌, 뉴스터치,

http://www.newstouch.site/news/articleView.html?idxno=7674, 2020.06.13

최영권(2021), ‘“20대 남자의 분노 몰랐다친문 커뮤니티의 통렬한 반성’, 서울신문,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408500187, 2021.04.08.

 

보고서

 

방송기반국(2018), 2017년도 N스크린 시청행태 조사 결과,

http://policy.nl.go.kr/cmmn/FileDown.do?atchFileId=227153&fileSn=68581

서재경(2020), Z세대 100명에게 물었다 요즘 어떤 커뮤니티 해?”, 캐릿

https://www.careet.net/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