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19기 모솔 특집 리뷰
연애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앞으로도 몰입해서 보긴 어려울테지만 이번 나는 솔로 19기는 의도적으로 챙겨봤다. 시현이가 연애를 배우려면 모솔특집을 봐야한다 말해서 시작한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자취방에 티비는 없어 가끔씩 유튜브로 보는데, wow. 이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대인관계 능력을 배울 수 있다. 나도 연애를 많이 못 해봐서 그런지 몰라도 공감되는게 한 두 개가 아니다. 특히 저 남성들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기시감 느껴져...! 우앵 ㅠㅠ
소감을 간단히 요약하면,
왜 말을 안 해? / 왜 말을 해?
이다...
왜 말을 안 해의 예시로는 19기 광수님을 들 수 있다. 리터럴리 말을 안 하신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 두고 저런 적이 있어서 공감은 된다... 나 자체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그 사람에 비하면 괜히 뭐든 부족해보이고. 얼굴만 시뻘개져서 앉아있다가 내 손이나 만지작대다가 나온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진짜 좋아하면 뚝딱거리는 건 어쩔 수 없잖아. 이럴 때 괜히 입 열었다가 낭패보기 십상이다.
하지만 대화는 결국 예의의 문제라서, 상대방이 (진짜 안 궁금해도) 던진 질문에는 호응을 해줘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부끄러워하는 태도는 귀여워보일 순 있지만 관계가 어느정도 진전이 된 후에나 가능하거나, 극히 드문 확률로 상대도 나의 외모를 엄청나게 마음에 들어했을 때나 가능한 상황이다. 엉엉... 대다수의 사람들은 용기를 가져야한다!!
내 마음에 든 상대가 나한테 질문을 해주다니, 님들 요새 아이돌 팬싸가서 대화만 할라고 해도 200은 드는 거 아시나요? 그렇게 가서 아이돌이 나한테 질문을 해줘? ㄴㄴ 내가 아이돌한테 질문을 하고 '아 진짜요?'만 듣기도 한답니다. 근데 내가 정말 마음에 든 사람이 내가 궁금해서 질문을 한다자나요.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이젠 난 별로 좋아하는 사람 없어서... 그냥 모든 대화를 스무스하게 할 수 있다. 우석이는 나의 이런 하강 상태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누나 이렇게 0으로 수렴하는거야?'라는 말을 남기며. 사실 나도 아쉽다. 이제 불같은 사랑은 못 하겠지. 하지만 그동안 너무 힘들었음. 좋은 점도 많다. 상처도 안 받고 상처도 안 주고 스무스한 삶! 젠틀한 여성!
광수님 왜 그렇게 행동하는 지 잘 압니다. 저도 그랬고, 저한테 그러는 남자들도 있었고. 결국 용기가 없어서 투정부리는 거잖아요. 일종의 시위죠. love protest!!! 하지만 사랑에서 진짜 승자는 더 많이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장재열의 명언이 있습니다.
저도 아직 상처 극복이 안 돼서, 그렇게 막 잘하고 있진 않지만. 다시 사랑이 찾아오면 그냥 돌려받는다 생각 전혀 안 하고 다시 사랑해주려고요. 그렇게 해서 고마워하는 사람이면 평생 함께 가는 거고, 고마워 할 줄 모르고 나를 우습게 보면 걔 그릇이 그거밖에 안 되는 거구나~ 하고 걔를 탓하세요! 한 번 사는 내 인생, 내가 기준이고 내가 최고여야죠. 적어도 나한테는!
하... 문제의 '왜 말을 해?'는 이번 화 영수한테서 나왔다. 영수-영자 커플은 독특하게 어우러지는 똠양국같은 커플이라 꽤 많은 지지를 얻고 있었지만, 지난주부터 영수의 무차별 노빠꾸 멘트들이 시청자를 경악시키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일종의 PTSD를 호소 중이다. ㅠㅠ
이건 내가 당한 거라 사실 심리 분석이 안 된다. 영수님 왜 그러세요 진짜? 이분이 대답해주면 나도 몇 년간 끙끙 앓아온 막말의 진위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 ㅠㅠ
지난주에는 머리색 지적질을 해서 몇명은 쉴드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건 맞는데 머리 색만큼 큰 문제는 아니었다. 머리색도 극복했으니까 나이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고 선해해줬는데, 으악! 이번 방영분을 보니까 해석이 틀렸고 문언 그대로가 맞았다. 그냥 꼰- 소리를 하신 거였음. 그것도 자기보다 10살 어린 웹툰작가에게 그런 말을 ㄷㄷ.
나도 내가 좋아했던 오빠한테 '넌 너무 작위적으로 입고 다녀'라는 말을 듣고 충격받은 적이 있었다. 모든 맥락을 종합해봤을 때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다? 너무 꾸민다? 이런 뜻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한다고 말한 날에 그렇게 말씀을 하셔서... 상처가 배가 됐다. 나는 재밌는 옷을 입는 걸 정말 좋아하고 그게 나한테 정말 큰 삶의 일부인데, 그걸 비하당하다니. 몇 년 전에 들은 말인데 아직도 옷 입을 때 가끔씩 히잉.... 상태가 되게 하는 말이다.
솔직히 영자님 마음에 어땠을지 너무 상상이 가서 이 짧은 영상을 보면서 울컥했다. 영자님 원래도 발성이 떨리시지만, 이때 이 순간 떨리는 건 정말 상처받은 것 같았다. 저 염색모도 유지하기 어려웠을 거고, 방송 나오니까 옷도 더 신경써서 언니랑 코디해서 나온 건데, 그걸 저런 말로 까다니.
내가 신경쓰지 않는 것, 그러니까 내가 아닌 것에는 무슨 말을 들어도 사실 뭔 상관이냐. 영자님이 수학을 못하는 걸 두고 영수님이 왜 계산을 못 해! 라고 나무란다? 뭐 재수야 없겠지만 영자님이 알 바인가? 오히려 뭐 영수님 매력 발산을 좀 싸가지 없게 하는 방식이 될 수도? 하지만 영자님의 관심사, 영자님의 삶의 일부를 욕하는 것은.... 그냥 너 싫다.라고 말하는 것에 다름 없다.
영수님 진짜 왜 그러는 걸까? 정떼기? 솔직히 자기가 먼저 대시했으면서 갑자기 태세전환하는게 어이도 없고 그런 말 굳이 안 해도 딱히 영자님이 완전 빠져있는 것 같지도 않았는디; 오히려 영자님이 안 받아줘서 투정부리기? 10살 많잖아...
상대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사귀고 나서 얼마든지 곱게 돌려 말하는 방법도 많을 것이다. 아니 곱게 못 말해도 적어도!! 사귀고 나서 말을 해 ㅠㅠ
나도 소싯적에 다혈질이었어서 사귀기도 전에 나한테 예의없게 구는 사람들 불러서 '나한테 왜 그래 이샛갸'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야 속이 풀렸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투정부리면 그 사람이 오히려 나 싫어하지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가 좀 변태가 아니고서야.
솔로지옥 3에 나온 하정씨도 관희씨한테 툴툴거리며 기싸움을 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관희씨는 하정씨의 태도를 지적하며 마음이 떴다고 말했다. 툴툴거리는 츤데레 캐릭터는 자기가 먼저, 자기가 더 좋아할 때 절대 먹히지 않는다! 이것도 내가 많이 했던 짓이다... 관심 끌고 싶어서 좋아하는 여자애 괴롭히는 남자애가 되곤 하지만, 안 먹힌다... 졸라 괴롭혀서 상대에게 스톡홀름 증후군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이상 무리무리~
상대가 이상하게 나오지만 여전히 그 사람이 좋을 때 최적의 방법은 웃으면서 여지를 남기는 것인 듯 하다.
상대방: (대충 빻은 말)
나: ㅎㅎ~ 그래~
더 이상의 코멘트를 붙이지 않고, 딱 넘겨버리기. 사람들은 바보가 아닌 이상 찜찜하면 생각하게 된다.
쓰고 보니 연애 고수인양 굴었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고 일종의 다짐처럼 남겨둔다.
나는 솔로 재밌지만 배덕감 느껴진다. 출연진들이 너무 괴로워보여 ㅠ 이런 대규모 사회실험을 진행하는 PD가 사악해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