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자살하고 싶다는 사람의 굉장히 심도깊은 글을 봤다. 댓글은 대개 기독교인들이 '자살 하지 말라고' 정성어린 답변을 남겨주거나, 가끔 네 말이 맞다, 나도 죽고 싶다. 하는 글이 달렸다. 이 주제에 대해서 나도, 굉장히 많이 생각해왔다고 자부했는데. 모조리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자살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구나, 내가 이 글을 쓰는 게 하찮은 사변을 다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 주제에 대해 회의가 많이 들었다.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자살하지 않으면 그거야 말로 나이스샷이겠지만, 그걸 자신할 수 없는 지금은 주제파악 못하고 설치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이 든다. 할 수 있다면 어제 읽은 글과 그 댓글들을 다 옮겨 오고 싶지만, 규정상 안 돼서, 안 했다. 또 요즘엔 내가 정말 죽고 싶어져서, 감정적으로 극화돼서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지친 게 체화돼서 죽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가 이 글을 쓰는 게 맞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지쳤을 때 쯤에, 테렌스 데 프레가 지은 <생존자>라는 책을 사서 열심히 읽어보려 했는데 웬걸 저자 소개부터 벽을 만났다. 이 사람,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를 하겠답시고 이 책을 써놓고 자살했단다. 기만적이었다. 작품과 작가는 불가분하다. 문장을 읽는 도중에도 시시각각 자살한 작가의 말로가 따라왔다. '어차피 이래봤자, 죽을 거면서'
이 주제를 처음 쓸 때만해도 '나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 오만한 마음가짐이었다. 그렇게 부끄럽지는 않아야지, 내 글에 자격이 있는 사람이어야지. 근데 솔직히 말해 너무 지쳤는데 남들 시선 신경쓸 여유가 어디있나. 요즘엔 진짜 수치고 뭐고, 내가 해방되고 싶어서 당장에 죽고 싶었다. 그렇지 못 한 이유를 따져 묻고, 그 순간에 겁이 난 나를 타박하기도 하고. 연말이 되면 늘 이런다.
그래서 어제 또 그 글을 읽고, 남한테 하는 쉬운 말을 재정비해봤다. 그렇게 쉬운 말이 나한테도 통했으면 좋겠다는 알량한 시도였다.
'왜 죽지 않아야 하지?'
딱히 정답이 없었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그 글이나 댓글에서 치열하게 토론을 벌이고 있는데, 감히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나마 내가 토론에서 잘하는 거라곤 논점을 딴 데로 돌려버리는, 환기밖에는 없으니까. 삶이 의미있니, 죽음이 도피처니 운운 하는 중에 탈출구를 찾아봤다.
오늘 갑자기 공부하다가 (시험 공부는 정말 철학의 요람이다. 딴 생각이 너무 잘 돼) 떠올렸는데,
그래 자살까지 생각한 사람이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죽고 나면 그 노고가 치하받는 것도 아닌데,
그걸 잘 알고 있었을텐데도 죽고 싶다는 건 얼마나 몰려 있는 걸까.
이 세상은 이렇게나 불공평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나자마자 대체로 행복하고, 어떤 사람은 나자마자 삶을 살게 하는 행복한 경험 하나 없어서 이렇게까지 헤매일 수 있는 걸까.
나는 이런 부당한 세상에 절대 순응할 수가 없다. 미친놈이 되더라도, 나만 행복해져보고 싶다.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삶이 재밌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고, 행복한 일만 가득인 사람들이. 나는 이해력이 좋은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건 인정이 안 된다. 내 마지막 재능이다. 이해하는 건. 니들은 대체 뭐가 그렇게 행복해서 이 엿같은 거 계속 하고 싶은 거냐. 수학은 자신없지만, 마이너스만이 내 인생이라는 건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죽어버리면 거기서 = 표시가 나고 끝나버리겠지만, 어떻게든 사칙 연산을 하다보면 양수로 전환되는 타이밍도 있지 않을까.
내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등호 표식도 아직이다. 내 인생은 음수로 끝나버릴 방정식이 아니다.
나라는 변덕많은 인간은 변수고, 어떻게든 이 인생을 양수로 토해낼 거다.
옛날부터 항등식이 좋았다. 특히 제곱을 씌워버리면 양수밖에 나오질 않는 타입들이 좋다. 절댓값을 구하는 문제도 좋았다.
걔네들은 부분점수 깎아버릴 여지가 없는 점이 특히 좋았다. (+- 헷갈려서 꽤나 틀렸거든)
내 인생이 그런 종류라는 건 기대도 안 한다. 다만 내가 여기 있으니까, 나라는 변수는 적어도 허수가 아닐 거고,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 내가 용기를 가지는 건 그런 작은 믿음때문이다.
어제 그 글을 올리신 분도, 조금은 아쉬워했으면 좋겠다. 아니 대체 우리가 뭐가 부족해서, 뭘 잘못해서 불행한 일만 겪다가 꺼져야 하나?
삶의 궤도를 완전히 비틀어서, 행복이라는 결만 찾으시기를. 댓글조차 달지 못한 비겁자가 씁니다.
'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1> (0) | 2025.04.03 |
|---|---|
| <10> (2) | 2024.03.03 |
| 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영상자료) (2) | 2020.09.10 |
| 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8> (4) | 2020.09.02 |
| 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7> (3) | 2020.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