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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11> 어떤 인간관계 책을 읽든지 간에, 핵심으로 들어갈수록 ‘경청’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경청이란 왜 중요한가? 사람이 정말 못 이기게 싫은 감정이 ‘억울함’이기 때문이다. 악인은 악행으로 평가받아도 철면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도저히 자기가 하지 않은 일로 지탄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억울함’은 오장육부를 태우는 맹독이다.  억울함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는다. 그 억울함이 정말 마땅한데서 비롯하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의 착각으로, 즉 진실로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 옳으나 메타인지의 오류로 ‘나는 이것보다는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데서 비롯하는 경우도 있다. 둘 중 뭐든 간에 사람은 이 생각으로 죽기도 한다. 많은 경우에 망자의 억울함을 달래주기 위한 사람들이 있.. 더보기
<10> 너무 오랜만에 이 항목에 글을 쓴다. 내심 늘 쓰고 싶었지만, 생각이 많이 왔다갔다했다. 죽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말이 꼭 죽은 사람들을 나무라는 것처럼 들리진 않을까, 걱정했다. 나는 이제 28살이 됐다. 이렇게 두 번만 더 하면 나도 내 선택과 관계없이 이 세상에 없겠지.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과 같진 않을 것이다. 이 고된 시간을 거치고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해보니 참 애쓰며 살았구나, 생각하게 된다. 길을 걷다가 우리는 모두 중력을 견디는 훌륭한 건축물이라는 말을 봤다. 우리는 중력만 견디는 것도 아니고 세상 모진 풍파 다 맞고 그 자리에 서있는 거다. 유퀴즈에서 나온 교수님은 죽음이 일반적이고 생명이 특이한 상태라고 말하면서, 다 원자 형태로 우리 곁에 떠다니는 거라고 설명하셨는데. 이별 앞에서.. 더보기
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9> 어제는 자살하고 싶다는 사람의 굉장히 심도깊은 글을 봤다. 댓글은 대개 기독교인들이 '자살 하지 말라고' 정성어린 답변을 남겨주거나, 가끔 네 말이 맞다, 나도 죽고 싶다. 하는 글이 달렸다. 이 주제에 대해서 나도, 굉장히 많이 생각해왔다고 자부했는데. 모조리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자살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구나, 내가 이 글을 쓰는 게 하찮은 사변을 다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 주제에 대해 회의가 많이 들었다.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자살하지 않으면 그거야 말로 나이스샷이겠지만, 그걸 자신할 수 없는 지금은 주제파악 못하고 설치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이 든다. 할 수 있다면 어제 읽은 글과 그 댓글들을 다 옮겨 오고 싶지만, 규정상 안 돼서, 안 했다. 또 .. 더보기
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영상자료) 어느덧 이 시리즈도 8화까지 왔군요. 지금까지 써온 글들을 돌아보니, 어느 시점에서 다른 표현으로 계속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쯤에서 정리를 해볼 시간이 온 것 같아요. 세상에 모든 일이 아무 의미없습니다. 당신이 의미를 주기 전까지는요. 세계는 너무 넓고, 우리는 너무 작습니다. 그래서 해낼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를 괴롭히는 일들이 이토록 작은지! 전 가끔 이 넓은 세계를 생각할 때면 공황도 오는데 ㅋㅋㅋ 환희도 옵니다. 내가 정말 외계인을 보면 어떡하지! 무슨 말로 인사를 건네야하지. 키스가 그들의 인사면 나는 입술을 내줘야 하나? 그건 좀 싫은데. 이런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다보면 가슴이 정말 벅차올라요. 0화에서 말씀드린대로, 이 세상에 자살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때까지.. 더보기
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8> 나라는 건 대체 뭘까? 이 조금의 충격만 줘도 흩어져버리는 유기체 덩어리가 나라는 인간의 본질인가. 나는 이토록 작고 희미한가...라고 하기에 저는 덩치가 너무 크군요. 제 강아지랑 비교했을 때 그렇죠. 제 강아지는 절대 자살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중에 자살하는 동물이 있다곤 하지만 제 강아지는 우선 제가 절대 못하게 할 거고, 그런 종류의 동물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제 몸을 어찌나 아끼는 지, 같이 침대에서 자다가 몸을 일으키기만 해도 난리법석이 납니다. 무섭다고. 하긴 제 몸뚱이 열배는 되는 영장류가 사지를 휘둘러대는데 안 무서운 것도 만용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강아지는 제 몸을 살뜰히 챙깁니다. 여러여러 사례를 통해 귀납적으로 정의된 과학적 사실입니다. 반박 노. 어쨌든 저는 그런 강아지보다 몸.. 더보기
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7> 죽느니 늙자. 최근 인터넷에서 좋은 글귀를 보았다. 여유가 생기면 인생이 심플해진다, 는 문구였는데. 마음에 참 와닿았다. 나는 최근 늙었다가 애같다가 한다. 마음이 덜 자라서 사근사근한 바람에도 쉬이 꺾이고, 꺾인 후에 새 살이 돋을 쯤엔, 비좁은 토양안에서 쉽게 또 길쭉해져 어딘가의 이치에 닿는다. 그러다 또 꺾인다. 휘어지지 못하는 사람은 이렇게도 산다. 애같을 때는 또 한없이 우울해져서 하루종일을 칭얼거린다. 어떻게 나같은 애한테 친구가 남아있나 싶을 정도로. 하루종일을 또 고민한다. 인간관계나 나라는 인간의 의미나 뭐 기타등등 전혀 생의 영위엔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을 고민한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걸쳐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가 늙은 타이밍에 쓴 글들) 인생엔 아무 의미도 없다. 의미라는 것은 .. 더보기
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6> 우울하다는 건, 탑에 갇혀있다는 말이다. 꼭 우울해서 자살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많은 경우 그렇다고 생각해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우울한 사람에게 바치는 헌사다. ‘우울은 성격이 아니라 상태다’ 장기적으로 우울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특성이라고 치부해 우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울은 자신이 타고난 성격같은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과 관계적인 요인 뭐 어쩌면 호르몬, 날씨 등과 결부된 하나의 상태다. 타고나지 않은 우울은 우리 곁에 머물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조성한다. 우울의 생존방식은 어떤 상황과 부정적인 자극을 양분삼아 이뤄진다. 마치 유기체처럼. 누구나 우울한 ‘상태’에 빠지면, 그리고 그 상태에서 비상구를 찾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우울함이라는 세계에서 빠져나오기 어.. 더보기
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5> 한참 내 인생이 제일 구져보이고 실제로도 후졌던 중학생 때, 나는 처음으로 상담을 받아봤다. 자기연민 조지게 온 상태로 내 인생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고나자 상담선생님이 벙찐 표정으로 잠시 있다가 '얼마나 큰 사람이 되려고 그랬겠어요'라는 말을 남기셨다. 우습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말이 기억에 선명하다. 그 한마디가 내 몸이 밑바닥에 떨어져도 완전히 아작나진 않도록, 충격파를 덜어줄 물웅덩이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대단하고 큰 사람이 되는 걸 열렬히 소망하진 않는다. 되면 좋겠지만 안 돼도 뭐... 어떻게든 숨 붙어있고 살고 있으면 그걸로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 말이 왜이렇게 와닿냐면, 거지같은 일을 당해도 그 다음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지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