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정리하는 글로 이만한게 없다.
지금 K-pop은 끝났다. 아니 끝나야한다.
일단 올해에 일어난 잔인한 소식들을 뒤로 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짚고자 한다.
일단 K-pop은 지향하는 바가 너무 잘못됐다.
K-pop은 무엇을 향하는가? K-pop은 젊음을 지향한다.
세상에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들이 있다. 마땅히 해야 하는 바.
인간으로 태어나서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게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젊음을 희구하는 산업의 특징 상 케이팝 (이제 영타로 바꾸기 귀찮음)은 소비하는 객체가 젊은 아이들이 된다.
자 그런데 아이돌이 뭐임, 우상이잖아. 말 그대로 모방하고 싶은 대상.
우리가 그 젊고 아름다운 애들을 소비하면서 우리도 젊어지고 싶어한단 말이야. 자연스러운 사회화는 등한시하게 됩니다.
현실감각 형성이나 자연스러운 노화 등 늙는 걸 극도로 꺼리게 됨.
아니 물론 그럴 수 있지 젊어지고 싶은 건 진시황때부터 이뤄진 유서깊은 헛지랄이잖아.
그런데 그 목표는 절대 영구적이지도 않고 실현 가능성도 제로인데, 거기에 매몰되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 비참한 현실을 안 보고 싶은 건지 못 보는 건지
팽팽하고 탄탄한 젊은 육체들에 환장을 하고 달려든다고.
여기서 소비 주체와 객체 모두에게 문제가 생긴다.
우선 소비하는 주체, 아이돌을 보고 모방하려는 우리들은 실현되지 않을 그 헛된 꿈을 바라보며 현실의 지독한 문제들을 안 보려고 한다.
아이돌에 과몰입하는 사람들, 그 아이돌이 무슨 잘못을 해도 일단 내 새끼는 아닐거야. 내 새끼는 문제없어로 애둘러가면서
인지 부조화를 겪고, 정말 예민해야하는 사안에 한없이 둔감해지면서 말이지.
아니 그건 괜찮아 심지어.
진짜 문제는 자기 인생이 없어진다는 거임. 적당히 즐기는 사람은 문제없지.
근데 자아의탁하면서 내 새끼의 인생이 마치 내 인생보다 중요하다고 느끼면, 사실 좀 걱정해야 합니다.
그 아이돌이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야. 압니다 저도. 힘들 때는 위로해주고 좋을 때는 같이 기뻐해주고...
그렇지만 아이돌은 당신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당신도 아이돌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잖아요.
그러나 현재의 케이팝 산업은 그렇게 적당히 손 털고 나올 수 있는 구조로 형성되지 않았음
어떻게든 팬들 척수까지 뽑아먹으려고 작정한 아이템들이 너무 많고 (포카)
돈이 써야 이 판이 굴러간다는 괴상한 사명감을 개인 팬에게 부여함
그리하여 마치 다단계처럼... 굴레에 빠지는 거임...
그리고 애초에 이 모든 것의 타겟이 어린 아이들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이렇게 반짝반짝 화려한 세상에 빠져보지 않으련 하는데
자의식 형성 덜 된 사람들이라면 언제든지 쉽게 휘말릴 수 있는 것이지.
서술하면 할수록 이 사업에 가볍게 종사하시는 분들 이해가 안 가네요.
/
사실 이걸 소비하는 사람들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건 소비당하는 사람들이다.
케이팝은 젊음을 추구한다,
그래서 젊은 애들을 갖다놓고
사람들 이것 좀 보라고,
젊음의 딴-스, 찬란함, 위용을 전시해두는 거지
그럼 걔들이 늙으면? 사람들은 다 늙잖아, 그 친구들도 사람이고
그러면 대체되는 거지
혹자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젊었을 때 한철 벌었으니 노후에 인기 좀 떨어져도 뭐~
ㄴㄴ
님들도 일해보면 알겠지만 일이 단순히 돈만을 위한 행위는 아니잖아요
물론 그렇기도 한데
내말은 하다보면,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돈때문에 그 짓거리를 하는 건 아니게 된단말야.
왜냐면 일하는 건 너무 개같거든. 그래서 거기서 얻어지는 명예라든지 인간관계라든지 자아실현이라든지..
그딴 거로 어느정도 보상을 하게 된다고.
그런데 케이팝?
단언컨대 아이돌하는 사람들은 그 인기라는 게 진짜 중요한 동원력이다.
아니 글찬아요 어디 수상소감만 봐도 우리 ~(팬덤이름)~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맞고,
아이돌과 팬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디 그 팬이 없어진다? 그러면 자아가 휘청댈 수밖에 없어
그런데 순환이 불가역적이라 필연적으로 팬의 부재를 느끼는 아이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먼가 사회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숱한 아이돌이 그 공고한 성 밖으로 추방당하게 된다.
이제 그 사람들 나이 좀 먹으면 퇴물이니 뭐니 헛소리 들으면서
더 심하게 욕을 먹는 과정 or 잊혀지는 것밖에 남지 않아
둘 다 아이돌들이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냉혹한 결말이 되겠지...
멘탈갑?
아니 상식적으로 10 몇 살 꼬맹이들 데려다가 성 안에 박아놓고 키웠으면서 무슨 멘탈갑이야
멘탈갑이라고 불리는 아이돌들 살펴보면 그냥 닳아지고 닳아져서 뼈대만 남아서
감정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희미한 무언가만 남아서 바들바들대고 있는 게 보여
잘 살펴보라고
그 아이돌이 진짜 사람구실을 하고 있는 건지
그냥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둥바둥대는 건지.
대개 멘탈갑이라고 불리는 아이돌들 보면 악플 그냥 개 쎄려 맞은 사람들인데...
진짜 웃기지도 않는다.
다 똑같은 사람인데
게다가 나이도 너무 어리고 평범한 삶이라고는 누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꾸역꾸역 버텨온 걸텐데
걔네는 연예인이니까, 우리가 주는 관심으로 돈 벌어 먹고 사니까 욕해도 돼?
걔는 멘탈 좋으니까 이 정도야 뭐?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그러는 사람들이 진짜 화내야 하는 일엔 중립기어만 오지게 놓죠.
아! 진짜 정신 좀 차리세요
님 13살 때 생각해 봐 뭐했는데
기껏해야 아발론 숙제 하기 싫어서 징징대기밖에 더했어?
옆 자리 친구가 조금만 쎄하게 굴면 집에와서 테이프 늘어질 때까지 돌려보지 않았냐고?
근데 왜 화면 속 저 꼬맹이한텐 대법관이 되냐.
정신차리고
더이상 악마를 키워내지 말자
더이상 아이들을 죽이지 말자
이 산업 무슨 뭐 국제적으로 돈 된다고 신나서 꽹과리 칠 때가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뿌리 깊은 악습들을 근절해야 할 때다
천민 자본주의 몰아내고 예술을 좀 해보자
솔직히 그럴 수 있는데 안 하고 있잖아
그래 일단 글을 보는 당신,
유투브에 엉밑살 이런 거 썸네일로 박은 영상 소비하지 말고
아이돌 찌라시 돌리지 말고
꼬마들 말실수 했다고 조리돌림하지 말고
그냥 좀 관대할 때 관대하고 엄격할 때 엄격하자
진짜 화내야 하는 대상이 누군지 사실 잘 알고 있잖아
왜 이렇게 조그만 일에 분개하나, 저 왕궁의 음탕 대신에 15살 꼬마의 말실수에 분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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