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들 어케들 지내시는지. 일단 저는 고딩때로 돌아간듯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걍 형식만요 ㅇㅇ. 실질은 절대 그렇게 열심히 살 수가 없어요, 공부는 다 때가 있다던 엄마의 말이 옳았습니다. 걍 꾸역꾸역 해내야지 뭐 별 수 있나요?
요즘엔 우석이랑 통화가 좀 드물어졌는데요, 여전히 만날때마다 기막힌 통찰을 제시하는 친구입니다. 오늘은 우석이가 써달래서 써주는 글이에요. 사실 요새 글 못 쓰겠어요, 기력이 딸립니다. 예술한답시고 나댈라면 최소한의 기가 필요한데 요즘의 저는 기갈 부릴 여력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요. 그냥 시대에 편승하는 작은 물살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나도 이런 내가 신기해요. 그나마 옛날의 나를 상기시켜주는 건 우석이밖에 없네요. 우석이랑 얘기하면 내가 원래 이랬지 생각합니다. 근데 여러분 그거 아시죠? 연기하는 당신도 진짜 당신이라는 것을… 진짜 내가 뭘까? 나다운 게 뭔데! 외치는 순간 정신병 급행열차입니다. 다들 적당히 자기 인생에서 주인공하려는 욕심 버려야 해요. 주연되겠다고 뻗대는 순간 님 주위의 갤러리들 성질 건드는 꼴밖에 안 됩니다.

무튼 저도 할 말은 없는게 자꾸 소급해서 진정한 나는…? 기를 형형하게 떨치던 나 아니었을까?… 를 0.3평되는 열람실 자리에서 생각합니다.
그 소급을 기껍게 만들어주는 우석이의 몇 멘트들이 있었는데요, 제목에도 나오는 ‘돌고돌아 구김살인거야.’를 오늘 소개하려 합니다. 다 칠라다가 아까워서 세이브해놓겠습니다.
돌고돌아 구김살인거야는요, 요새 친해진 사람들의 면면을 잘 살펴보고 그러다보니 공통점을 찾았는데 다들 저마다의 고뇌가 있더라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판판하고 잘 제련된 온전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한테 이상하게 끌리면서도 진정 친해질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돌고돌아 박박 구겨진 사람들에게 안식을 느끼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나 하나의 마이너리티와 어느정도 교집합을 형성해야 친구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거늘, 저는 아무래도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던, 구체화되기 어려운 사안들을 귀신같이 알아내곤 그런 부류의 친구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참 신기한 일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달까요?
우석인 요새 통화할 때 누나 전화 너머에서 인사만 하더라, 라고 저의 인간관계를 칭찬해주었지만 글쎄요? 제가… 인싸? 역량 자질도 부족할뿐더러 딱히 욕망하지도 않는게 가장 큰 문제인 거 같습니다. 진정 인싸들은 앞서 말했던 매끄러운 정신세계의 소유자들 같던데요. 이쯤 돌이켜보십쇼, 제 글 좋아하시는 분들도 사실 마냥 사는 게 좋지만은 않으시잖아요. (욕이 아닙니다)
이 순간 고민하셨나요? 그 순간 이미 당신은 그쪽 부류는 아닌 겁니다. 환영합니다.
어렸을 때는 뭐가 그렇게 무식했나 자꾸 내 주변 사람보다 안 친한 사람이 멋져보이고 더 친해지고 싶고 그랬는데, 그거 아십니까? 사람은 다 결함이 있고 진짜 좋던 애도 나중에 별로라고 생각한 친구보다도 못한 관계가 되고… 인간에도 등급이 있다면 그건 순차, 등차수열이 아니라 가위바위보에 가깝습니다. 이것도 우석이가 말해줬네요. 조금은 다른 맥락이었지만요.
돌고 돌아 진짜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들도 생기고, 제 인생도 많이 펴지고 있습니다. 구겨진 마음은 한 켠에 주름산들을 남겨놓겠습니다만, 멀리서 느즈막하게 바라보면 황야보다야 산맥이 멋지지 않겠습니까?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모든 분들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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