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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읽기

막 엄청 울고 싶을 때

나는 내 글을 읽는 게 좋다

잘 쓴 글은 잘 쓴 글대로 읽는 맛이 있고, 가끔은 내가 어떻게 이걸 썼지? 싶은 글도 있다. 퇴화되는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고…

못 쓴 글은 못 쓴대로 배울 점이 있다. 발전은 언제나 기분 좋은 거니까.

특히 못 쓴 글은 감정이 마구 넘실대는 게 보이는 글이다. 오늘도 보면서 제련되지 못 한 어구들을 뜯어 고치고 싶었다.

하지만 못 쓴대로 못 썼던 나의 기록이니까 내가 나를 버텨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막 엄청 울고 싶을 때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법!

 

 

#훈녀생정

 

 

수 년전의 나

 

 

 


우리는 털이 부숭부숭난 성인이기 때문에, 징징을 참는 법도 배워야 한다.

솔직히 징징대는 걸 버텨주는 사람은 드물다.

나도 한 징징하기 때문에 왜 징징대는가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걍 그걸 토로해야 관심도 받고, 공감도 받고, 징징대는 걸 누가 들어줘야 진짜 관계가 생기는 것도 같고, 뭐 등등

하지만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지간히 개짜증나는 일이거나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는 일이다.

전자야 뻔하겠지만 후자는 뭘까? 후자는 바로 너저분한, 당신의 실질 상태에 현저히 떨어지는 격을 갖춘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들은 타인의 약점을 정말 잘 써먹을 수 있는, 가스라이팅에 도가 튼 인물들이다. 당신의 결핍을 매꿔주려고 아주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기어코 당신의 한켠을 무단점유할 거라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의지가 될만한 사람을 찾는 게 뭐가 나쁘죠? 이타적인 사람들을 너무 매도하시네요!”

그래… 그러면 베스트지, 누가 누군가의 힘이 된다는 건 얼마나 세상을 따스하게 만드는 말인가?

하지만 그러면 이제 당신이 쓰레기인거다. 왜 그렇게 좋은 사람을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으로밖에 못 만드나? 너~는 정말~

그래서 나는 이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울고 싶을 때 속으로 나지막히 개썅을 되뇐다.

세보진 않았지만 주변에 정적이 찾아올 정도로 개썅을 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성인들은 깨달음을 얻었을 때, 무슨 말을 읊으셨을까? 난 그 말도 모르고 성인도 아니기에 개썅을 읊는다.

징징대는 건 13세 이전에 끝내야 한다.

 

 

태양왕 루이 14세

 

 


우리는 14세가 되어 인터넷 사이트 가입도 막 하고, 19세가 되어 술도 퍼마시고, 담배도 피고, 왜곡된 성인물에 취해도 보고 (bgm. 칵테일 ㅅr랑)
그런 자유, 방종의 댓가로 징징거림을 희생했다 생각하잔 말이다.

그런데 막 울고 싶을 때는, 막 생각지도 못했는데 눈물이 쏟아질 때는, 쿨한 척 하지 말고 울어야 한다.
되돌아보면 나 하나는 쪽팔리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게 진짜라는 걸 알아주더라…
사람들은 정말정말 똑똑해서, 진심과 진심아닌 것을 명민하게 구분한다.

우리는 속이는 사람 입장에 섰을 때는 나 하나만 똑똑하고, 나 하나만 거짓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게 아니다. 사람들은 정말 본능적으로 진짜 감정을 구별할 수 있다. 거짓을 고하는 당신의 분비물은 사람의 본능 앞에 부질 없다.
진실이라는 건 그래서 단단한 거다.

내가 막 쎄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 항상 어이가 없었는데
그냥 나는 부러 거짓을 지어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쎄게 봐주는 게 아닌가 싶다. 약한 사람일수록 거짓으로 보이니까. 그 사람이 실제 거짓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실제의 나는 그냥 기가 없다. 약하고 쎄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걸 전시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하다.

솔직이랑 진심은 다른데,
솔직은 굳이굳이 진실을 끄집어 내서 보여주는 거라면
진심은 거짓이 없는 상태, 그냥 나 하나의 나 자신이 아닌가.
나는 이제 솔직하기엔 글렀고, 그냥 거짓이 없는 상태에 만족한다. 내가 부족한 걸 잘 아니까, 나도 다를 게 없다는 걸 배웠으니까. 거짓으로 내 외피를 매꿀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고 그래도 뭐… 이제는 괜찮아.
다른 사람들도 분명 나와 같아질 순간이 올 거다. 이미 나보다 나아간 사람도 많고. 다 비슷한 삶의 궤적 밟아오고 있는 거겠지.

감정의 패를 다 꺼내서 사방팔방 자랑할 필요도 없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
감정이 마구 넘쳐서 넘실댈 때는,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알아서 잔잔해진다.
주체할 수 없을 때는, 그때는 그냥 울어버리면 된다.

정말 어렵고도 쉽다. 자연스러움이라는 거는…
가만히만 있으면 되는데, 힘을 주지 않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관성을 깨려한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도 모른 체

굳이 솔직해지지말자.
그냥 진심으로 대하고, 잘 안 끝나면 안 끝나는대로 의미가 있는 거겠지.
관계든 일이든, 내 딴에야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됐으면 ‘그 쪽’(관계의 상대방이든 그 일자리이든)도 지지리 운 없는 거다.

실패한 일에 의미 부여하면서 억지로 억지로 살아가는 거…
고해의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간의 추동적인 삶에 무비판적으로 찬동하는, 하찮은 짓에 불과하다…
세상천지가 날 불행하게 만들어도 나 하나만큼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게 세상을 상대로 내가 이기는 법이니까! (소년만화체로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