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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읽기

두 번 다시 생선가게 털지 않아

18일에 조회수가 치솟은 걸 보니 다들 제 변시 결과가 궁금하셨군요.

 

기대한 내용은 아니겠지만 나름의 소회를 밝힙니다.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그냥 바다를 가고 싶습니다.

 

차가운 님들의 도시 서울을 뒤로 하고, 내 말도 아무도 아예 못 알아 듣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습니다...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이 가사를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알겠어요

 

거미줄로 물고기를 어떻게 잡습니까, 근데도 그래보고 싶어요.

 

생선가게 터는 비굴한 짓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아요.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면 얼마나 불편한지. 꾸역꾸역 살아간다는 감각이 얼마나 치욕스러운지.

갓만 고양이는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기막힌 운명을 바라고는 하지만, 저는 이제 그것도 바라지 않아요.

 

세상에는 계시같은 일보다는 미적지근한 결심과 결말들이 가득합니다.

 

시험을 끝냈다고 드라마틱하게 인생이 바뀌지도 않고, 

 

어딘가에서 도망쳤다고 해서 파라다이스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관성이 중력처럼 저를 짓이겨도 또 그것 덕분에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서 이제는 감사합니다.

 

또 이렇게 낭만에 젖어서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 또 미적지근하게 지지부진한 사랑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길고 지루했지만 이제는 긴 꼬다리같은 사랑도 접어지더라고요.

 

하나 둘 씩 신변정리를 할 수 있다는 게, 그 시작점이 다시 돌아왔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착잡함 속에서도 감사함을 찾아낼 수 있어서, 다시 감사했습니다.

 

나는 때깔 좋은 도시 길고양이가 못 된다. 그렇다면 비루한 낭만을 좇아야지 뭐...

 

많이들 오해하시지만 이건 선민의식도 열등감도 아니고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는 체념적 사고입니다.

 

낭만을 좇는다는 것은 우월한 것도, 천박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 성향의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저도 한때는 현실추구미와 맞닿는 사람들에게 시기질투와 평가절하를 와리가리했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아요.

 

상대편이 나를 얼마나 무시하는지도 잘 알지만, 나는 이제 그들을 욕하지 못하겠어요. 얼마나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지 내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는 제일 잘 알고, 제일 가까이서 지켜봤으니까.

 

나는 그렇다고 당신들이 원하는 올려치기도 하지 않겠지만... 다들 거리를 지키면서 서로를 존중합시다.

 

그냥 서로한테 관심을 덜 주면 됩니다. 심플한 일입니다.

 

저는 아예 이 세계에서 탈출을 선언합니다. 다들 잘 사십쇼. 진심입니다. 저도 잘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