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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읽기

<헤어질 결심> 리뷰; 너네가 시발 사랑을 알아? 나는 잘 모르겠어요. 사랑은 상태일까 행동일까 대상일까? ‘내 사랑아~’ 하면 대상이 되고, ‘널 사랑해’하면 행동인 것 같고. ‘사랑하고 있어’, 라고 하면 상태일 것도 같고. 이렇게 무엇을 지칭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어려운 말에 주석을 다는 게 바로 멜로 영화다. 멜로영화는 감독이 나름대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본인의 답을 내놓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의 답은 ‘나와 다른 당신을 위해 내 심장을 내어줄게요’ 일 것이다. 의 1부는 기도수 살인사건과 질곡동 사건으로 배치된다. 미리 말하건대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수사 100%, 멜로 100%로 채웠다고 하지만 나는 여기에 무슨 수사극의 서스펜스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까놓고 말해서 님들도 다 대충 예상가는 스토리라인 아니었나? 멜로도 그.. 더보기
매체와 메시지의 동질화 방향과 공멸의 가능성 점검 매체와 메시지의 동질화 방향과 공멸의 가능성 점검 매체가 곧 메시지일 때 공멸이 찾아오는가?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매체가 메시지다’라는 매클루언의 동일성 테제가 보드리야르의 극단으로 치다를 때의 방향이 중요하다. 그 각각이 서로 동일해진 것이라면, 둘의 선행적 존재 양태는 독립적인가, 매체가 메시지를 포함했는가, 메시지가 매체를 포함했는가? 먼저 현실세계에서 메시지 없이 미디어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한 본고는 가능세계의 논의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이곳에서 매체는 메시지에 독립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첫 번째 가정으로 매체는 메시지의 존재 하에 발생한 도구로서, 매체가 메시지 이외의 존재 가치가 있다면 매체가 메시지를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다. 메시지가 매체를 가능케 했을지라도, 매체는 메.. 더보기
<케빈에 대하여> 리뷰 (1) 케빈은 왜 그랬을까? 영화의 말미에 나오는 에바의 질문은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묻고 있다. 케빈은 대체 왜 에바를 괴롭히고, 아빠와 동생을 죽이고, 대량 학살을 벌이고, 엄마의 세계를 망가뜨렸을까? 답은 간단하다. 케빈은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엄마가 원하는대로 굴어준 것뿐이다. 엄마가 그걸 원했으니까. 이전에 그런 밈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누가 널 이유없이 싫어하면, 그 이유 하나 만들어주라고. 나도 처음에 이 짤을 보고 타당하다 생각했는데, 다시 또 생각해보면 뭐하러 에너지 낭비를 하나… 싶다. 왜 내가 그이에게 부러 이유까지 만들어줘야 하냔 말이다. 그를 왜 정당화시키냔 말이냐. 거기에 대한 답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 더보기
<미나리>는 사실 <사바하>랑 비슷한 류거든요 오늘은 를 보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윤여정 선생님이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고 세간이 난리라서... 안 보면 안 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잖아요. 예술에 상이 뭐가 중요하냐 할 수도 있겠지만 또 이건 쇼비즈니스니깐 책임감 있는 예술가라면 자기 예술 하게 해주는 사람들한테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도 참이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설하고, 오늘 영화 후기를 말해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스포일러가 있을 겁니다. 1. 기억나? 우리 서로를 구원해주자 했잖아. 저는 미나리를 종교영화라고 해석했습니다.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고 볼 수 있겠지만, 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느꼈어요. 저도 미국에 정착한 가족이 있어서 알게 된 건데, 한국사람들이 미국 사는데 교회 안 가면 커뮤니티를.. 더보기
영화 <Her(그녀)> 리뷰 테오도르야, 자의식 과잉 물리치고 건강한 삶을 되찾자 이렇게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또 있을까? 영화는 테오도르의 외로움에 대해 구구절절, 아름답게 서술한다. 비수같은 말을 꽂아 넣는 전 아내는, ‘테오도르 시점’의 영화 속에서 비정하게 보인다. 아내는 마치 테오도르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으려는 냉혹한 현대사회의 ‘타인‘으로 그려진다. 그는 혼자고, 관객 모두 혼자인 경험이 있으니 교집합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우리는 모두 혼자였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준 상처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이혼을 앞두고 있는 테오도르는 ‘편지 대필가’로 일하며 외롭고 우울한 하루를 살고 있다. 길 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발견한 신형 OS 광고는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는 OS를 다운받은.. 더보기
위플래시 리뷰 필요한 짓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신천지가 코로나를 휩쓴 춘삼월, 사랑제일교회의 집회로 다시금 코로나 대확산이 일어난 8월이 지나고, 대한민국 누리꾼은 종교라면 치를 떨게 됐다. 누리꾼의 혐오를 정리해서 말하자면, 그들은 ‘비이성적 행위로 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악‘이다. 해당 비판에서,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가 ‘악’이라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다. 얌전히 사회의 규율을 따랐는데도, 타인을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 개인으로 내 삶이 망가진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나 전자, 종교를 비롯한 비이성적 행위를 평가 절하하는 건 타당한 일인가? (이 글은 절대 '일부론(문제있는 교회는 일부야!'을 펼치려는 의도가 아니다) 근대 계몽주의 이래로 이성은 사회 발전의 선두에 크레딧을 올렸다. 감정.. 더보기
노클린 리얼리즘 다시 읽기, 비판적 사유로서의 리얼리즘 - 역동하는 시간 속에서 리얼리즘이 현대에 갖는 의미 비판적 사유로서의 리얼리즘 - 역동하는 시간 속에서 리얼리즘이 현대에 갖는 의미 리얼리즘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리얼리즘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 이전의 세대와 구별되는 형식, 즉 현실 자체를 보여주고자 하는 과학적인 관찰에서 기반한 표현수법들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외현적인 특징들로 리얼리즘 사조에 대한 서술을 완성할 수는 없다. 리얼리즘은, 탄생된 시대의 맥락 속에서 추구한 가치들, 평면에는 구현되지 못한 이상적 지향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바로 여기서 리얼리스트들은 실재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는 선언 위에서, 그릴 수 없는 것을 그리고자한다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가진다. 그들은 결코 가치의 진공상태에서 도식으로부터 탈피한, 리얼리즘 본연의 무의미함을 창출할 수 없다. 교묘한 변이체, .. 더보기
다큐멘터리 <웨이스트랜드> 리뷰 의 빅 무니즈가 추구한 목표는 모호하다. 누구도 그가 카타도르에게 가져다 준 것이 희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빅 무니즈가 그들의 세계를 침범하고, '그들의 세계를 밑바닥이다'라고 감히 평가하는 세계에 그들을 직접 데려가고, 약탈자의 잉여자산으로 작품을 경매하는 장면에 이르렀을 때, 나는 그 다큐를 도저히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나보다 돈이 많은 누군가가 내게 저 높은 곳에서 지시하고 나는 그의 말대로 쓰레기를 두고, 내 인생을 전시한다면 나는 화가 났을 것이다. 딱 그 정도의 마음에서 나는 화가 났다. 빅무니즈가 스스로의 평가를 떼어놓고 카타도르 그 자체의 의미를 찾아주고자 했다할지라도 그와 그라마초 간의 위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는 자본이 있고, 능력이 있고, 그만의 예술관이 있다. 그는 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