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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왜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가 <0>

이 시리즈는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나의 사명과도 같다. 자살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지의 서술이 우리 헬조선에 얼마나 필요한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서술의 빈곤함으로 인해 진정으로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헛된 진단과 허술한 해소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그냥 쉽게 말하자면 허튼 짓 하고 있음. 

 

이에 대한 증명으로 '자살'이라는 키워드를 쳐봤을 때 한국 대표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답안이 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그 존재만으로도 아름답고 가치있는 사람입니다. 

 

우선 위의 두 문장이 소중한 사람에 대한 동어반복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에 저런 비효율적인 자리차지가 무슨 도움이 되지? 존재가 아름답고 가치있다는 서술이 소중한 사람에 대한 부연설명이라는 전제 하에 해당 페이지를 살펴봐도 딱히 실효성있는 키워드가 나온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람들이 실제로 자살을 생각해보았을까, 나는 그것이 몹시도 의심스럽다. 내 존재만으로 왜 아름다운지, 왜 가치있는 건지 누가 설명해줄 수 있는가. 자살로 몰린 사람들은 그 존재를 어쩌면 평생에 걸쳐 무시당해왔을 것이다. 이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저 비트의 조합들은 너무나 미미한 존재감을 갖고 있지 않은가. 사뭇 기만적으로 느껴지는 해당 문구들 아래 포기하지마세요!가 나온다. 사실 어떻게 도울까요?가 먼저 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자살로 몰린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선택으로 제 발길을 옮긴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몰려진' 상태인 것이다. 때문에 그들에게 또다른 액션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우울증과 우울감의 차이, 라는 말 역시 부질없는 어구에 불과하다. 자살을 실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과연 저런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검색창에 꾸역꾸역 들어갔을까. 아 나는 우울증과 우울감을 제대로 구분해 나의 상태를 파악하고 나아져야지? ㄴㄴ 아니겠지. 이 페이지엔 생명을 이어갈 힘을 주는 인상적인 캐치 프레이즈도, 진심을 담은 위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 진부하다. 학교에서도, 병원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왜 죽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박은 터부시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생명에의 문제에 냉담한 사회현실은 오히려 그 금기를 무의식 채 깨워주고 있다. 자살에 대한 논박이 아직까지도 이렇게 미미하다는 사실에 힘이 빠진다. 자살이 무조건 나빠! 잘못됐어! 이런 식의 비난논조는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지금 현실에서, 우리는 색다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시리즈는 자살에 대한 다방면적 접근과 자살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심리분석을 통해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할 새로운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는 당신을 설득하겠다. 그리고 나는 이 말싸움에서 지기 싫다. 나는 끝까지 당신을 저지할 것이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지간, 나의 이 시도를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당신의 그 생각이 끝날 때 까지, 나는 이 시리즈를 이어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