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바꾸기
이게 다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뭔 소린가 하겠지 얘가 2화만에 주제를 바꿔서 왜 자살해야 하는가로 연재하나 생각도 드실듯
그런데 자살하지 않을 이유로 삶에 의미가 없기 때문에...가 나는 정말 와닿는다. 나는 모든 학문의 최종적인 목적이 그래서 인간이 왜 이렇게 존재하나에 대한 답변을 찾고자 함이라고 생각한다. 그 잘난 철학자들도 이 개같은 세상 왜 살고 있을까...로 많이들 고민하셨고, 그렇게 쓴 책만 수 만개는 되겠지. 근데 그걸 잘 생각해보면 생의 의미란게 참 답이 없는 문제라 그렇게 많이들 짓껄인 것은 아닐까. 난제일수록 갖가지 증명이 날뛰는 것 마냥 우리는 그 알 수 없고, 사실은 존재하지 않을만한 그 답을 찾기 위해 그렇게 고생하는 건 아닐까.
나는 똑똑한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 생의 의미를 찾아 헤맨 철학자들이 그러했듯이 인생의 문제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도 없는 것이오, 답답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행복하게 살다간 철학자도 많지 않다. 그나마 교수로 성공한 헤겔? 쇼펜하우어나 니체를 보라, 죽을 때까지 제대로 된 사랑도 못 받고 갖가지 지병에 시달리다 가셨다. 생각은 사람으로 하여금 끝없는 무력과 회의를 겪게한다. 인간의 빌어쳐먹을 이성과 이상은 결코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다. 어 니 개똘추구나? 그래라 난 내 갈 길 간다. 이런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그들은 끝없이 달려가는데, 우리 현실이 아무리 시궁창에 허덕이고 있어도 생각은 멈출 생각을 안 한다. 내가 아무리 돈도 없고 외모도 별로고 멍청해도 우리의 생각은 조또 타협하지 않은 채 더 높은 곳 더 큰 것을 바란다. 미친 양심도 없지. 그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 우울감이 싹 트는 것이다.
우리는 이 이성의 질주를 멈출 필요가 있다.
사실 님이 이성적으로 바라는 지향점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교육받은 무언가, 규율된 무언가일뿐. 인간관계가 넓은 것, 돈이 많은 것, 학벌이 좋은 것... 이게 무조건적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 절대 아니다. 저기에 모두 해당하는 사람도 자살하는 시대다. 우리는 참으로 헛된 것을 바라고 있다.. 행복과 삶에의 의지는 감정의 문제지 이성적 조건이 관여하는 범주가 아니다. 나도 생각이 참 많은 타입이라, 어릴 때부터 성공에 굉장히 집착했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다. 근데 막상 경주로 점철된 "엘리트"의 길을 걷다보니,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성공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건 성공의 탈을 쓴 행복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다들 행복해지려고 이 짓거리들 하고 있는 거 아닌가. 풍만한 만족감, 활력, 따스한 인간관계 속 나... 이런 걸 원하는 거 아닌가. 인간에게 저 세개만 있어도 자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스스로 의미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님을 괴롭게 하는 그것이 무엇이든. 님의 시선 밖에선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린다. 당신을 괴롭게하는 과업, 인간관계... 태고적 아무것도 아니었던 우리에게 그것이 참 별게 아니었던 것처럼. 사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다. 이 사고가 어정쩡한 상태로 멎어버리면 무기력감에 빠질 수 있지만 잘 생각해보라. 그 아무것도 아닌 것에 왜 구속당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세상에 의미있는 일이 아예 없나, 그건 아니다. 그 자체로 당신에게 의미있는 일은 없지만 당신이 의미있는 일을 만들 수 있다. 어떻게 하냐면 당신에게 무해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면 당신의 발목을 부여잡을 게 아니라, 하면서 행복해지는 것에 최대한 투자해보자. 인간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인간이라는 게 원래부터 졸렬해서 괜히 나한테 세게 나오는 사람에게 끌리고 그런 찐따스러운 면모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노예, 시녀짓에 불과하다. 당신을 좀먹고 갉아먹을 것이다. 깔끔하게 손절치고 당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자. 처음에는 이상하게 손해보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어 얘 나보다 못한 앤데... 이런 개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렇게 당신에게 손을 내민 것은 사실 당신도 아무것도 아닌데 그가 용기를 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님도 상대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가 관심을 주기 전까진. 그러니 감사하자.
최근에 좀 싱숭생숭한 일이 있었다. 나라는 새끼는 뭘까... 한참을 생각하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새벽비행기는 캄캄한 하늘을 가로지르고
나는 창가 좁은 자리에 몸을 뒤척이고 다리를 이리저리 두었다.
그러다 밤하늘을 봤다.
무해한 하늘 속에서 별이 참 많이 빛나고 있었다.
그 하늘을 지나는 난
누군가 정성들인 자수 드레스 치마폭에 휘감기는 생경한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또, 내가 조또 아님을 느꼈다.
우울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천문학에 대해 알아보길 권한다.
정말 내가 조또 아님을, 또 나를 괴롭히는 무언가도 조또 아님을... 격하게 느끼길 바란다.
우리는 이 억겁의 시간을 겪는 우주를 찰나동안 스쳐지나가는 부스러기에 불과하다.
부스러기가 되어 태어난 당신은 언젠가 먼지처럼 흩어질 것이다.
그럼 그 잠시를 좀 놓아보자. 해맑게 웃어보자.
비행기 안의 아이가 엄청 울었다.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괜히 또 웃어봤다.
우리도 언젠가 다 저렇게 쬐끄만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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