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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후욱” “훅!” 아무리 불어도 도대체 커지지가 않는다. 오늘 낮에 본 종수 놈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지가 않는다고. 개자식. 그런 걸 학교에까지 가져올 이유는 뭐람? 주말에 놀이공원을 갈 거니 말 거니 할 때부터 신경을 거슬리게 하더니, 거기서 너구리 풍선까지 들고 왔다. 그것도 뜨는 거로! 거들먹거리는 얼굴에 한마디 쏘아주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지한테 잘 보이는 애들한테 그 헬륨이니 하는 걸 먹일 땐 정말 가관이었다. 조무래기들 몇 명 모여서 되도 않게 이상한 목소리 하나로 우월감을 부리는 꼬락서니하곤. 종수 놈도 지금쯤 그 넓다던 제 방에서 쭈글쭈글해진 풍선을 부여잡고 있을까? “후우욱!” 한 번 더 세차게 입김을 불어본다. 구멍이 이렇게 커서는 도저히 공기가 차질 않는다. 들어가는 족족 어디로 빠.. 더보기
사랑도 재능이다 스물 다섯 해를 살면서 생긴 신념, '애한테 잘해주자'다. 노키즈존이 성행하는 한국... 이런 신념을 갖게 된 이유를 가타부타 설명하고 싶진 않다. 원래 그래야 하니까. 하지만 오늘은 조금 솔직해지고 싶다. 나는 칸트가 못 된다. 사람들은 약자의 이미지를 사랑한다. 자신에게 절절매고, 무해하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니까. 근데 그런 보호나 애정은 그냥 잉여분의 분배에 불과하지, 정의에는 한참 못 미치는 거 아닌가. 그런 사람들은 꼭 약자가 자기보다 나아질 때 치를 떤다. 어떻게 보육원의 아이가 닌텐도 스위치나 아이폰 최신기종을 갖냐는 둥, 어떻게 피해자가 떳떳하게 웃고 다니냐는 둥... 나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 너무 구차해 보여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애한테는 잘해줘야 한다. 우리는 어릴 적 .. 더보기
교수님의 입은 싱크가 맞지 않았어요 20-1? 에 수강한 기말 레포트입니다. 나름 점수를 잘 받았는데, 제가 다시 볼 용도로 티스토리에 업로드해요. 제 블로그를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이라면 다 알만한 작품들이 나옵니다. 그럼 가볼까요? 후비고~ 교수님의 입은 싱크가 맞지 않았어요 유년기의 끝자락을 추억하면 꼭 라는 게임이 떠오른다. 어린 여자아이를 양육하는 pc게임이었는데 나는 늘 캐릭터를 두 개로 만들어서 엔딩을 봤다. 하나는 치트를 써서 게임의 진엔딩이라는 퀸을 만들 고야 말았고 나머지 하나는 딱 죽지만 않게 내키는 대로 키웠다. 그쪽의 엔딩은 항상 능력치가 많이 요구되지 않는 아르바이트생이나 3류 모델이 되곤 했다. 철저히 대상화된 상태로 '내 딸'은 그려졌고, 게임 내에선 아무렇게나 굴러도 상관없는 하류직종들이 판치고 있었다. 양육과.. 더보기
<밤이 오면 센토사를 떠나야 해(2)> 나는 나름대로 사람에 대해 철학이 있다. 감정에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뒤돌아선 모두가 상대를 싫어하는 순간을 가질 것이라고. ‘사랑하라’ 떠들어대는 사람이나, ‘성공할 사람, 실패할 사람’을 나누어 강연을 벌이는 사람이나. 사람에 통달한 것처럼 떠드는 사람은 많아도 막상 ‘자신의’ 순간이 찾아오면 절절매는 순간이 올 거라고. 남의 문제는 대화의 순간 촉발되는 기막힌 통찰로 값싸게 풀어내지만, 내 문제로 돌아오는 순간 우리는 모두 머리가 하얗게 새고 만다. (1) 나는 인스타그램을 써본 적이 없어. 연화가 선지국을 먹기 위해 흘러내리는 머리를 귀 뒤로 바쁘게 넘겼다. “머리끈을 가지고 오던가...” “아 끊어졌다고 몇 번 말하냐, 머리숱을 안 쳐서 지금 난장판이라고. 안 묶여 이거. 그래서, 뭐라고.. 더보기
막 엄청 울고 싶을 때 나는 내 글을 읽는 게 좋다 잘 쓴 글은 잘 쓴 글대로 읽는 맛이 있고, 가끔은 내가 어떻게 이걸 썼지? 싶은 글도 있다. 퇴화되는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고… 못 쓴 글은 못 쓴대로 배울 점이 있다. 발전은 언제나 기분 좋은 거니까. 특히 못 쓴 글은 감정이 마구 넘실대는 게 보이는 글이다. 오늘도 보면서 제련되지 못 한 어구들을 뜯어 고치고 싶었다. 하지만 못 쓴대로 못 썼던 나의 기록이니까 내가 나를 버텨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막 엄청 울고 싶을 때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법! #훈녀생정 우리는 털이 부숭부숭난 성인이기 때문에, 징징을 참는 법도 배워야 한다. 솔직히 징징대는 걸 버텨주는 사람은 드물다. 나도 한 징징하기 때문에 왜 징징대는가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걍 그걸 토로해야 관심도 .. 더보기
매체와 메시지의 동질화 방향과 공멸의 가능성 점검 매체와 메시지의 동질화 방향과 공멸의 가능성 점검 매체가 곧 메시지일 때 공멸이 찾아오는가?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매체가 메시지다’라는 매클루언의 동일성 테제가 보드리야르의 극단으로 치다를 때의 방향이 중요하다. 그 각각이 서로 동일해진 것이라면, 둘의 선행적 존재 양태는 독립적인가, 매체가 메시지를 포함했는가, 메시지가 매체를 포함했는가? 먼저 현실세계에서 메시지 없이 미디어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한 본고는 가능세계의 논의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이곳에서 매체는 메시지에 독립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첫 번째 가정으로 매체는 메시지의 존재 하에 발생한 도구로서, 매체가 메시지 이외의 존재 가치가 있다면 매체가 메시지를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다. 메시지가 매체를 가능케 했을지라도, 매체는 메.. 더보기
교수님: 훌륭한 레포트지만 시험에서 아쉬웠어요~ = C+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을 둘러싼 쟁점과 해소 방안 검토 - 헌법재판소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위헌소원 및 위헌확인 결정에 관한 판례 평석 헌법재판소 판례(2015헌바438 등)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세 가지 쟁점,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법정형 균등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주장을 반박하며 심판대상조항이 이들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명확성원칙을 지키지 아니하고, 그 위하력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본서는 법감정을 고려하여 보다 명료한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한다. 또한 ‘비방할 목.. 더보기
<케빈에 대하여> 리뷰 (1) 케빈은 왜 그랬을까? 영화의 말미에 나오는 에바의 질문은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묻고 있다. 케빈은 대체 왜 에바를 괴롭히고, 아빠와 동생을 죽이고, 대량 학살을 벌이고, 엄마의 세계를 망가뜨렸을까? 답은 간단하다. 케빈은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엄마가 원하는대로 굴어준 것뿐이다. 엄마가 그걸 원했으니까. 이전에 그런 밈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누가 널 이유없이 싫어하면, 그 이유 하나 만들어주라고. 나도 처음에 이 짤을 보고 타당하다 생각했는데, 다시 또 생각해보면 뭐하러 에너지 낭비를 하나… 싶다. 왜 내가 그이에게 부러 이유까지 만들어줘야 하냔 말이다. 그를 왜 정당화시키냔 말이냐. 거기에 대한 답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 더보기